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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못참겠다" 진료 못받아 극단선택…상하이 봉쇄 '민낯'

중국 상하이에서 18일 배달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쇄 조처가 내려진 주거단지의 보안요원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의 상하이시가 봉쇄된 지 3주가 넘어가는 가운데, 중국이 자랑했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돼 중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18일 유족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글에 따르면 상하이 교향악단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천순핑씨 가족에게 닥친 비극은 하룻밤 사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오후 9시께 천씨가 복통 증세를 보이자 이리저리 구급차를 요청한 가족은 "대기자가 많다.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오후 11시 47분께 어렵사리 배정받은 구급차에는 이미 2명의 환자가 타고 있었다. 구급차만 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병원 응급실 문턱은 철벽과도 같았다.

/연합뉴스


첫 번째로 간 병원의 간호사는 "수용 환자들은 모두 코로나19 감염자들"이라며 진료를 거절했다. 다른 병원을 찾아갔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구급차에 있던 의사는 "심한 병이 아니니 약 몇 알 복용하면 된다"고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문을 연 약국을 찾을 수 없었던 천씨는 점점 심해지는 고통을 참으며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오전 8시 천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천씨는 "가족에게 작별을 고해야겠어. 고통 참을 수 없어. 생의 종점에 다가온 것 같아"이라는 짤막한 유서만을 남겼다.

천씨의 부인은 "남편은 퇴직한 후에도 자선 공연을 하고, 병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이웃과 사회를 위해 일했다"며 "단란했던 가정이 하룻밤 새에 풍비박산 났다"고 흐느꼈다. 천씨의 아들은 웨이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불치병 때문도, 교통사고 때문도 아니었다"며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신 마당에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고 싶지 않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글을 맺었다.

병원들은 현지 매체에 "전화가 너무 많아 걸려와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최근에는 상하이시 보건당국 주요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14일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첸원슝 상하이 홍커우 지역 보건위원회 정보센터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을 알렸다. 첸 소장의 죽음은 전날 밤 다수 블로그와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첸 소장이 1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살하고 아내가 그의 뒤를 따랐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경찰이 헛소문이라며 유포자 처벌을 예고하면서 수면 아래 가라 앉았으나, 후 전 편집장이 첸 소장은 사망했고 그의 아내는 무사하다고 사실 관계를 바로 잡으면서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게 됐다. 20일까지 ‘사회면 제로 코로나(신규 감염자가 격리 통제구역에서만 발생, 지역사회 전파 위험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상황)’ 달성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진 상하이시로서는 이미 30만 명을 넘어선 누적 감염자를 감당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일 수 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보다 우월하다는 자긍심이 충만했던 상하이 시민들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봉쇄와 생필품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할 정도로 도시 기능이 속수무책 무너진 데 대한 당혹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어쩌다 상하이가 이 지경이 됐느냐"는 원성이 쌓이고, 은어를 사용해 무능한 관료들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사이버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편 중국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18일 중국의 신규 감염자 수는 2만1484명(무증상 감염자 1만8187명 포함)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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