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단독주택 전용 지역에 2~3가구용 연립주택 건축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환승 교통 정류장 주변에 3~6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주차장 설치 요건도 없앴다. 미국에서 금기시됐던 다가구 주택과 고밀도 개발을 허용함으로써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이 법안 통과를 이끌어낸 일등 공신은 ‘임비(YIMBY) 운동’이라는 풀뿌리 시민 단체였다. 이들은 주거난을 해결하자면 지역에 상관없이 공급부터 늘려야 한다면서 미국 전역에서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해왔다.
임비는 ‘Yes in my backyard’의 약자로 혐오 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의 반대말이다. 임비 입장에서는 연립주택·아파트 등 고밀도 개발에 반대하는 것도 전형적인 님비 현상이다. 임비 운동은 2011년 수학 교사인 소냐 트라우스가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을 잡기 위해 지역 정부에 주택 개발 확대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그는 ‘더 많은 집과 고층 건물’을 외치면서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집값 상승과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고급 아파트든 정부 보조 임대주택이든 쉽게 건설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임비 운동은 2014년 ‘샌프란시스코만세입연맹(SFBARF)’이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현재 미국에서 임비 운동에 찬성하는 주택 건설 지지 단체는 29개 주에 걸쳐 140개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는 비영리단체인 ‘캘리포니아 임비’를 앞세워 주택 공급 활성화에 필요한 법안 통과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어떤 형태의 주택이든 많이 짓자는 임비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하원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앞다퉈 임비 운동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우리도 집값 안정을 위해 세금 폭탄 등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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