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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테슬라가 악조건에도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깜짝 호실적’을 낸 반면 넷플릭스는 유료 회원이 줄면서 하루 만에 주가가 35%나 폭락했다. 장난감 기업, 은행 등 각 분야 기업들도 줄줄이 순수익 감소를 알렸다.
20일(현지 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올해 1분기 매출액이 187억 6000만 달러(약 23조 16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동기 매출(103억 9000만 달러)보다 81% 높을 뿐 아니라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 178억 달러(22조 275억 원)도 뛰어넘는 수치다. 실적 발표 이후 테슬라 주가는 뉴욕 증시 시간외거래에서 5% 올랐다.
테슬라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에 적극 대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원자재 값이 오르자 미국·중국·일본 등에서 차량 가격을 인상했다. 동시에 공급망 혼란에도 1분기에만 31만 대의 차량을 인도하며 전년 동기 수준(18만 5000대)을 크게 뛰어넘었다. AP통신은 “테슬라가 업계의 다른 기업들보다 부품 부족 상황에 잘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경쟁 업체들이 공급망 혼란의 여파로 생산을 중단한 사이 테슬라는 ‘기록적인 배송’을 선보이며 특출한 존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부진한 1분기 실적으로 전날보다 무려 35.12% 폭락한 226.19달러로 이날 장을 마쳤다. 하루 새 증발한 시가총액은 540억 달러(약 66조 6900억 원)에 달한다. 전날 넷플릭스는 1분기 유료 회원이 지난해 4분기보다 20만 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가 줄어든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70만 명의 구독자가 있는 러시아 내 서비스 중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전쟁의 유탄을 맞은 기업은 넷플릭스뿐이 아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스타워즈 피규어와 모노폴리 보드게임 등을 판매하는 완구 업체 하스브로의 1분기 순이익은 6120만 달러(약 757억 원)로 전년 동기(1억 1620만 달러) 대비 반 토막이 났다. 하스브로 측은 러시아 내 장난감 출하 중단으로 올해 약 1억 달러(1237억 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씨티그룹·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들도 전쟁에 따른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1분기 순수익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원자재가 상승 등 전쟁의 여파가 2분기 이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조차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공식 수치가 인플레이션의 실제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테슬라 부품 공급 업체들도 올해 20~30%의 가격 인상을 요구해 이전 계약이 종료되면 생산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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