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가장 빠른 11일 만에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포괄적 전략 동맹이 발전할 수 있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밀려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고강도 긴축,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 ‘3재(災)’ 쓰나미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악재까지 덮쳤다. 원·달러 환율은 28일 달러당 1270원을 돌파해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1% 올라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선제 핵 공격’ 운운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과 신냉전의 와중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은 양국의 신뢰 회복을 넘어 포괄적 전략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당장 급한 불인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을 다시 맺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차례 연장된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 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 철통 같은 안보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2018년 이후 축소된 한미 연합 훈련을 복원해야 한다. 야외 실기동 훈련을 재개하는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처하기 위한 실질적 공조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경쟁력이 승부를 좌우한다. 지난해 한미 정상은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양자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우주·원전 분야 등에서도 기술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며 포괄적 전략 동맹의 전선을 확장해야 한다. 우리가 지난 70여 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바탕에는 한미 혈맹이 있다. 인권·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을 토대로 경제·안보·기술 동맹으로 발전시켜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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