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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 in JIFF] 이창동 감독 25년 작품 세계 응축한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종합)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이창동 감독 특별전

첫 단편영화 '심장소리' 최초 공개

OTT 시대 속 극장 영화에 대한 희망


'현혜선의 시스루'를 연재하는 서울경제스타 현혜선 기자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속살을 낱낱이 들여다 봅니다.


2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부비전센터에서 진행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회견에 문석 프로그래머와 이창동 감독이 참석했다. / 사진=현혜선 기자




이창동 감독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을 갖는다. 특별전은 25년 동안 한국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이 감독의 작품 세계와 관객들을 이어줄 예정이다. 리얼리즘에 기반해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이 감독과 관객의 소통이 기대된다.

2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부비전센터에서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자리에는 문석 프로그래머와 이창동 감독이 참석했다.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 세계를 중간 정리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특별전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인 이창동 감독은 세계 영화제가 주목하는 인물. 이번 특별전에서는 프랑스 알랭 마자르 감독이 만든 이창동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며, 그가 연출한 최초 단편영화 '심장소리'가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또 장편영화 6편이 모두 4K 리마스터링한 화질로 관객과 만난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특별전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감독인 이창동의 특별전을 열게 돼 큰 영광"이라며 "영화제는 최초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번 특별전은 최초를 기록할 수 있는 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국내 첫 특별전이라 뜻깊다. 2년 넘게 팬데믹 때문에 극장가에도 사람이 없고, 영화제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며 "그러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세계 영화제 중 전주국제영화제가 정상적으로 진행된 거다. 이런 상황에서 내 특별전이 이 영화제의 활기를 살리는 역할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예매 상황을 보면 관객 반응이 좋은 것 같아 다행이다. 많은 영화인들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내 전작은 누군가에게 봤던 영화일 거고, 젊은 관객들에겐 처음일 수 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며 "리마스터링한 작품을 스크린에서 보지 못했는데, 극장에서 모두 볼 계획이다. 창작자는 혹평이든 호평이든 신경 쓸 수밖에 없는데, 이번 기회에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특별전의 타이틀인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에 대해서는 "내가 지은 게 아니지만, 내 영화를 관통한다. 영화는 보여주는 매체기 때문에 보이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며 "보여주는 매체라 보이지 않는 것을 더욱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작업을 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부분인데, 그게 내 영화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영화 '심장소리' 스틸


특별전에서 최초 공개되는 '심장소리'는 이 감독의 첫 단편영화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그가 '심장소리'를 만들게 된 이유는 WHO 세계보건기구의 의뢰 때문이었다. 그는 "WHO에서 나를 비롯한 몇몇 감독에게 우울증이라는 주제로 단편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그걸 묶어 하나의 옴니버스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며 "다른 감독들이 다 정해진 후에 내가 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영화 완성은 내가 제일 먼저 했다. 내가 원래 다른 감독에 비해 영화 만드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 이번에는 이상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계속 미뤄지다가 이번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을 한다고, 공개하자고 말했더니 그쪽에서 받아들여 줬다. 최선을 다해 찍었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심장소리'의 기본적인 설정은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홀로 웅성 하는 해고 노동자 가족의 이야기다.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아이의 심정과, 생명을 향한 욕망을 심장소리에 빗대어 표현하는 작품. 이는 이 감독의 현실적인 작품 세계와 만나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길 예정이다. 그는 "우울증을 가진 사람의 느낌과 고통이 관객들에게 공유되길 바랐다. 생명을 갈구하는 심장소리를 관객이 느끼길 바라는 심정으로 만들었다"며 "이외의 디테일은 함께 시나리오를 쓴 작가의 경험에서 가져왔기에 현실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는 "난 1980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다. 1980년대는 현실의 압박이 강하고, 현실의 부조리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라며 "창작자로서 그 현실을 어떻게 반영할까 본질적으로 고민했다. 그게 영화에서도 나름대로의 정체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내 영화가 더 현실적이고, 다큐멘터리같이 보일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며 "쉽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크게 힘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질문이 오래 남고 자신의 삶의 보편적 의미와 연결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번에 단편을 공개하게 된 이 감독은 장편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항상 준비하고, 계획하고, 고민하고 있다. 숙성하다가 숙성이 안 돼서 유보하거나 접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며 지금도 당연히 장편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의 일대를 다룬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도 이번 특별전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이 감독은 자신이 다큐의 대상이 되는 게 처음에는 불편했다고. 그는 "팬데믹 상황 때문에 마자르 감독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해, 화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작업했다. 안 그래도 불편한데 더 불편하게 된 것"이라고 미소를 보이며 "마자르 감독이 장소도 직접 보지 못한 상황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내가 대상자라 감독으로서 '이렇게 하자'고 말하기도 쉽지 않더라"고 회상했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과거 자신이 영화를 촬영한 장소에 다시 방문한 이 감독은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별로 안 변할 데를 찾아서 그런지 모르겠다"고 떠올렸다.

이창동 감독(좌), 문석 프로그래머 / 사진=현혜선 기자


이 감독은 OTT 영화가 범람하는 상황 속에서 극장 영화가 본질의 힘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앞으로 팬데믹이 끝나면,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가 영화인들의 초미의 관심사"라며 "지금은 OTT로 쉽게 영화를 쇼핑하듯 볼 수 있는 시대다. 그런 식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영화가 갖고 있는 본질 즉, 영화 세계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살아남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아무리 OTT에 길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영화의 본질을 저버리지 않을 거라고 희망하고, 그렇게 믿고 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인간의 감정을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인류로서 나와 다른 존재와 공감하는 매체는 미래에 꼭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바랐다. 그럴수록 영화제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는 이 감독은 축제의 분위기가 한국 영화 산업의 활기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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