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강화 공포로 성장주가 크게 휘청거렸지만 실적 전망이 양호한 기업들은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기점으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성장주의 기술적인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이 늘기 시작했다. 다만 기술주 중에서도 가시적인 실적을 내지 못하는 종목은 피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2일(현지 시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1분기에 6억 달러(약 7610억 원)어치의 애플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1분기 애플의 주가가 사흘 연속으로 빠진 뒤 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이는 연초 이후 미국의 기술주들이 급락하는 가운데 애플의 주가가 충분히 조정 받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이후 나스닥이 19.9% 급락하는 등 5·6·7월 연준의 연속적인 금리 ‘빅스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주들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이달 3~4일 열리는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과 월 950억 달러 규모의 양적 긴축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된다. 앞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면서 시장은 긴축 불확실성 공포에 뒤덮였다. 이와 함께 에너지주와 가치주 등이 상대적으로 나은 성과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제 주가가 충분이 조정을 받은 성장주들을 다시 주목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이 같은 판단의 주된 근거는 이달 FOMC의 긴축 정책은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퀄러티 성장주’들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떨어진데다 실적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일부 회사들은 탄탄한 재정 안정성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는 점도 주가의 밑에서 받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수요 둔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 시장에서는 통화 긴축의 강도가 지금보다 높아 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치주보다 성장주에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대형 성장주는 2분기 실적 우려를 가격에 충분히 반영했으며 점점 높아질 경기 우려에 대비해 성장주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맥쿼리증권도 전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성장주의 분기 실적 하락 규모가 컸지만 가치주 우위의 시장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면 안 된다”며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지거나, 연준이 더 강력한 금리 인상 정책을 진행할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맥쿼리는 “합리적인 주가 수준이라면 평균 이상의 성장률과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를 선택하는 전략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가는 실적 성장성에 의구심이 남은 기업은 기술적 반등 이후 추세적인 반등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넷플릭스나 한국의 네이버와 같이 1분기에 이어 2분기 이후에도 실적에 물음표가 제기된 기업들은 종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하기는 한동안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기업은 갈릴 것”이라며 “기존 성장세에 변화가 있거나 의구심이 생긴 기업은 철저하고 냉정한 프리미엄이 붙으며 주가 추이의 차별화도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성장주의 영원한 성장은 불가능하고 성장이 둔화된 성장주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