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 후 저는 지난 며칠간 뉴욕과 보스턴을 오가며 투자자들을 만났습니다. 그 결과 시장이 지진급의 변동(Seismic shift)을 겪고 있고 우리가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해졌습니다." (다라 호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적 악화와 기술주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차량 호출 업체 우버도 허리띠를 조이는 결단을 내렸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비용 절감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우버까지 가세하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비용 줄이는 데 나서는 기업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버 CEO가 읽은 ‘지진급 변동’
9일(현지 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다라 호스로샤히 우버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버가 규모를 키우기 전의 지출 규모로 돌아가야 한다"며 "가장 효율성이 떨어지는 지출인 마케팅과 인센티브 지출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승차 호출 업체의 경우 기사와 승객 모두를 유치하기 위해 유독 마케팅 지출 비중이 높다. 특히 팬데믹 이후 우버를 운행하는 기사 부족 상황을 겪으면서 기사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과감히 줄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경쟁사인 리프트와는 차별화된다. 리프트는 앞서 치솟는 기름값으로 인해 더 많은 운전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출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채용마저 중단…인재 확보전 빠르게 식나
이어 호스로샤히 CEO는 당분간 채용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채용을 일종의 특권으로 간주하고 언제 어느 곳에 인력을 충원할지 심사숙고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비용 지출에 대해 훨씬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고 전했다. 인건비 부담 역시 줄이겠다는 선언이다. 앞서 메타(옛 페이스북)은 당분간 중간 매니저급 이상의 인력 채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메타에 이어 우버 역시 채용 중단을 선언하면서 빅테크를 중심으로 치열해던 인재 확보전이 소강 상태를 보일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로빈후드는 인력을 9% 가량 감축했다.
우버의 이 같은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우버가 새롭게 세운 기준이 다른 빅테크들의 향후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팬데믹 기간 수요가 늘면서 인력을 빠르게 늘리고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각종 인센티브, 연봉 등을 올려야 했던 빅테크가 이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새는 비용을 단속하면서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마저 시총 255조원 빠져…현금 흐름이 중요해
호스로샤히 CEO는 또 자유로운 현금 흐름을 기준으로 수익성을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는 "우리는 조정 EBITA(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용을 빼기 전 순이익)를 2024년까지 50억 달러(6조3800억원)의 목표를 향해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목표가 바뀌었다"며 "이제 자유로운 현금 흐름으로 집중해 최대한 빠르게 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이익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시장 규모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날 우버 주가는 11% 이상 하락했다. 올 초 대비 45%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의 전체 시총은 지난 3거래일 간 약 1조 달러(약 1277조원)가 증발했다. 애플은 시가총액이 2000억 달러(약 255조원) 가량 빠졌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시장의 유동성이 가장 높던 시기 상장한 코인베이스, 로빈후드, 리비안 등 기업들은 기업공개(IPO) 직후에 비해 주가가 65% 이상 빠지기도 했다. 기술주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3만1000달러(396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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