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지는 시점이 앞으로 5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국제사회가 목표로 삼은 시점인 2100년보다 크게 앞당겨지는 것으로, ‘기후 재앙’ 시계가 계속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와 영국 기상청은 9일(현지 시간) 공동으로 보고서를 내고 올해부터 5년 뒤인 2026년까지 사이 최소 한 해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1.5도 높을 확률이 48%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불과 7년 전인 2015년 이 확률이 0%였던 것에서 크게 오른 것이다.
보고서는 2022~2026년 동안 연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1.7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같은 기간에 역대 연간 최고 기온이 기록될 확률이 93%로 거의 확실시되고, 5년 간의 평균 기온이 직전 5년(2017∼2021년)보다 높아질 확률도 9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5년 전체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설 확률은 10%로 비교적 낮게 분석됐다.
‘1.5도’는 지난 2015년 파리협약에서 국제 사회가 설정한 지구 온난화 ‘레드 라인’이다. 다음 세기인 2100년까지 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묶어야 기후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불과 수 년 만에 레드 라인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의미다. FT는 “코로나 19 대유행(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한 것이 지구 기온 상승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에너지·산업 부문에서 내뿜은 온실가스 배출량은 1년 전보다 6% 늘어난 36.3기가톤(Gt)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문제는 경제 재개로 치솟은 수요 탓에 석탄과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이 크게 늘어 앞으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로 인한 에너지 위기도 화석연료 수요를 끌어 올리고 있다. FT는 “지난해 11월 개최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세계 80% 이상 국가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지만 이후 사실상 아무 관련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