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유를 이용해 생계를 유지하는 화물차 운전자 등에 유가 보조금을 추가 지급한다. 이미 한 차례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경유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된 탓이다.
1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어 “현재 ℓ당 1850원인 경유 유가 연동 보조금 지급 기준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며 “관계 부처 실무 협의를 통해 관련 고시 개정 등 행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현행 유가 연동 보조금 제도는 경유 가격이 기준 가격인 ℓ당 1850원보다 오르면 초과분의 50%를 지급하는 것이다. 정부가 기준 가격을 1850원보다 낮추면 보조금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정부는 지급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달부터 3개월간 보조금을 한시 지급하기로 결정했는데, 이후에도 경유차 운전자의 부담이 커지자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추 부총리는 “경유 가격이 급등해 화물 차량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굉장히 어렵다”며 “화물 자동차를 가지고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에 대해서 부담을 덜어드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조만간 경유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추가 지원을 하기로 한 데는 ‘서민 연료’인 경유가 휘발유 값을 웃돌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 경유 가격은 통상 휘발유 가격보다 ℓ당 200원 정도 낮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휘발유보다 경유 수급이 더 타격을 받으면서 최근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가 기름값 부담을 줄이겠다며 유류세를 정률(30%)로 인하하자 상대적으로 유류세가 비싼 휘발유가 더 혜택을 봐 유종 간 차이가 더 벌어졌다.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1947원 60전으로 휘발유 가격(1946원 10전)을 14년 만에 넘어섰다.
다만 보조금 지급 규모는 재원 사정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연동 보조금은 주행세를 기반으로 마련된다. 문제는 정부의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주행세+교육세) 인하 조치와 맞물려 주행세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유류세 인하를 결정한 데 이어 5월부터는 인하 폭을 역대 최대 수준인 30%까지 끌어올렸다. 정부 관계자는 “주행세 재원 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등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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