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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한미정상회담이 남긴 과제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선언하며

IPEF로 반도체·AI 등 협력 강화 속

중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도 커져

공급안정 강조·초격차 분야 키워야





대통령 취임 후 11일 만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군사·안보 중심의 한미 동맹을 경제·기술 동맹으로 확장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한미 동맹을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 반부패, 인권 등의 가치에 기반을 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도 논의됐다. 이번 데뷔전은 국정 운영과 국제 관계 경험이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새로운 한미 관계를 설정한 성공적인 정상회담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회담 결과가 실제 우리 국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한미 가치 동맹이 본격화하면 중국과의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특히 강조된 것은 경제안보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다. 공동 성명에는 경제안보와 관련해 “선진 기술의 사용이 우리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 관련 해외 투자 심사 및 수출 통제 당국 간 협력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이는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을 타기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국은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바이오 기술, 바이오 제조, 자율 로봇을 포함한 핵심 신기술을 보호·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등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례적인 장관급 공급망 산업 대화 기구를 설치하고 실질적인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양국 대통령실 간 ‘경제안보 대화’를 신설해 상시적인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처음 언급한 IPEF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결성한 경제안보협의체인 무역기술위원회(TTC)와 유사하다. 한국은 IPEF 출범 멤버로서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필라1), 공급망 안정성(필라2),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필라3), 조세·반부패(필라4) 등 IPEF 4개 분야(필라)의 구체적 내용을 만들어가는 데 초기부터 참여하게 된다. IPEF는 의회의 비준이 요구되지 않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한 추진과 협상 결과의 빠른 이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의회 승인을 통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미국 내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성이 손상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IPEF가 관세 철폐 등 시장 접근 이슈를 다루는 전통적 무역 협정과 달리 공급망 안정성, 디지털 기술 등 광범위한 이슈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참여국들에 제공할 혜택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있다. 반면에 무역과 관련된 필라1 정도만 구속력 있는 규범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4개의 필라에 대해 선택적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참여국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IPEF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이 2023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IPEF 발효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IPEF 출범 선언 이후 18개월 정도 협상을 통해 세부 내용이 확정된다. 따라서 출범 초부터 규범을 만드는 데 참여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디지털 경제·신기술, 노동, 환경, 무역 원활화, 투명성·규제, 농업, 경쟁 등 7개 의제를 다루는 필라1의 세부 내용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IPEF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이 중추적 중견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은 분명하다. IPEF가 개방성·투명성·포용성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과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국가 간 공급망의 안정을 가져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중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디커플링을 반박하면서 희토류 수출 제한 등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IPEF의 다자적 성격과 중국의 반도체 수요와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보복 조치는 명분도 실리도 없어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분야를 확대해 중국이 우리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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