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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쇼크 선분양 흔들…현금부자만 새집 살판

■리스크 커진 건설사 후분양 만지작

건설자재 가격 평균 20%나 뛰어

시공사-조합 합의해 후분양 추진

원자재 약세·분상제 폐지 없을땐

尹정부 공급계획 추가 타격 불가피

시민들이 분양을 앞둔 공동주택의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가 임기 내 주택 250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건설 필수 원자재 가격이 공약의 근간인 ‘선분양’ 제도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정부가 계획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자본 기반이 취약한 시공사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포스코건설 등 시공 순위 1군 건설사들은 복수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사업 주체인 조합과 합의해 당초 잡았던 분양 일정을 미루고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철거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간 주요 정비 사업 현장 가운데 일반분양을 시작하지 않은 물량이 어림잡아 1만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며 건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기존 선분양 제도를 통한 사업비 조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선분양 제도는 1977년부터 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주택 공급을 가능하게 했던 정책적 근간이었다. 착공 초기 단계에 일반분양을 진행해 수분양자들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 등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반면 후분양 제도는 공정률이 70~80% 이상 된 사업장에서 입주를 6개월 남짓 남겨두고 일반분양을 진행하고 공사비는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구조다. 수분양자 입장에서 선분양은 계약금만 있어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지만 후분양 체제에서는 분양가의 거의 전액을 손에 쥐고 있어야 입주할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건설 원자재 가격은 평균 20% 가까이 올랐고 올 하반기에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분양 시스템상으로는 건설사들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분양 연기 또는 후분양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2년 정도면 정비 사업이 마무리돼 공사비를 물가에 연동해 증액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공사 기간이 최소 3~4년이 소요되는 현 상황에서는 건설사가 모집 공고 시점에 공사비를 확정하는 순간 원자재 가격 상승 리스크를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원자재 값이 하락세로 전환되거나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같은 전향적인 규제 완화가 없다면 윤석열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일반적인 선분양보다도 분양 시기를 더 앞당긴 ‘사전청약’을 활용하려 하지만 민간 사업 시행자들이나 건설사들은 갈수록 선분양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초빙교수는 “조합이나 시행사 등 사업 주체로서는 건설사에 공사비를 많이 지급할수록 수익성이 나빠지기에 일정 수준의 분양가가 확보되지 않는 한 선분양을 미루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말까지 원자재 가격 폭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주요 건설사의 수익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철근과 콘크리트 가격이 예상치 못하게 뛰면서 원자재 공급을 맡은 협력사에 모든 부담을 떠넘길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1715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4.6% 뒷걸음질 쳤다. 같은 시기 GS건설과 DL이앤씨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0%, 37.1% 하락한 1540억 원과 1257억 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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