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치솟는 선진국 금리에 신흥국 채권 외면…"머니무브 시작에 불과"

■미국發 인플레, 신흥국 금융시장 직격탄

안전자산 美 국채 2년물 금리 15년來 최고로 뛰는데

아·태 채권 0%, 중앙아시아 -2.9% 등 수익률 미끄럼

신흥국 금리 올려도 美 인플레 거세 자금이탈 이어질듯

美경제학자 70% "내년 美 경기침체 빠질것" 우려 고조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8.6%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를 뒤덮은 인플레이션 공포가 세계경제의 ‘약한 고리’인 신흥국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당장 미국의 2년물 국채 수익률(금리)이 최근 15년 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선진국 채권금리가 뛰면서 안전성이 떨어지는 데다 상대적으로 수익률까지 낮아지게 된 신흥국 채권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 거래 업체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모니터로 엔·달러 환율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앞다퉈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이미 둑이 터진 ‘머니무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9%대까지 올라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더해져 신흥국 시장에 드리운 암운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채권 투자사들이 최근 들어 신흥국 채권 비중을 잇따라 축소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둔 애버딘 plc는 최근 아시아 채권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underweight)’로 낮췄다. ‘비중 축소’는 이미 포트폴리오에 담긴 아시아 채권을 일부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스웨덴 금융사 SEB AB는 ‘아시아 채권 구매는 신중해야 한다’는 투자 의견을 냈고 골드만삭스도 신흥국들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내놓는지에 따라 채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이처럼 신중해진 것은 선진국들의 금리 인상으로 ‘고수익’이라는 신흥국 채권 투자의 이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5월 북미와 중남미 지역의 채권 투자수익률은 각각 6%, 5.1%를 기록한 반면 아시아·태평양 채권 투자수익률은 0%에 그쳤다. 특히 중앙아시아 채권 투자수익률은 -2.9%로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포함된 동유럽 채권 수익률(-0.4)보다도 못했다. 중동·아프리카 채권 투자수익률도 0.5%에 불과했다.

자금 흐름 분석 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전 세계 신흥국 뮤추얼펀드와 채권상장지수펀드(ETF)에서 올 들어 유출된 자금은 약 360억 달러(약 45조 원)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신흥국 시장 충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신흥국 채권시장이 부진한 것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뜨거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대폭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흥국 채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초라해진 것이다. 이날 미국 정부가 발행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3.19%까지 치솟으며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전날보다 0.4%포인트 뛰어오른 3.20%를 찍었다. 세계 채권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 국채로 수요가 몰리면서 수익률이 치솟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불안정한 신흥국 채권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유동성 이탈과 고물가에 대처하기 위한 신흥국들의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 3월 2%였던 금리를 올해 5월 12.75%까지 1년 만에 ‘초고속’으로 끌어올렸지만 연간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9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금리를 6.5%에서 7.0%로 올린 멕시코도 5월 CPI 상승률이 7.65%로 전달인 4월(7.68%)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에 느긋하게 대처했던 인도의 경우 지난 한 달 동안 금리를 0.9%포인트나 높이며 자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져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이날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현재 8%대를 넘어) 9%대에 도달할 수 있다”며 “연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경색과 에너지 위기 등에 대해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딘 크로쇼어 리치먼드대 교수는 연준의 긴축정책이 너무 지체됐다며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5%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과 경제학자 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는 내년 중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 중 38%는 내년 상반기, 30%는 하반기를 각각 침체 시기로 지목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