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러시아에서 철수를 발표한 이후 문을 닫았던 러시아 내 맥도날드 매장들이 현지 브랜드로 탈바꿈해 문을 열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모스크바 및 인근 지역 15개 매장이 12일(현지시간) 재개장했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Вкусно и точка)는 러시아어로 '말할 것도 없이 맛있다'는 뜻이다.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지난 3월 러시아 전역의 850개 매장을 닫았다. 지난달 중순엔 러시아 시장 완전 철수와 러시아 내 자산 매각을 발표했다. 이후 시베리아 지역에서 맥도날드 25개 매장을 운영하던 사업가 알렉산드르 고보르가 사업체를 넘겨받았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새 메뉴는 기존 맥도날드 메뉴와 거의 비슷했으나 맥도날드의 상징적 메뉴인 ‘빅맥’은 없어졌다. 고보르는 “맥도날드를 연상시키는 색상과 로고를 사용할 수 없다”면서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메뉴인 빅맥, 맥플러리와 비슷한 메뉴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판매가 중단됨에 따라 업체의 최고 경영자 올렉 파로예프는 “청량음료를 공급해 줄 새로운 업체를 찾고 있다”면서 “2%의 식재료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러시아에서 공급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러시아 전역에서 매장 200여 개가 재개장하고, 가을 전까지 850여 개 매장의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에 대한 모스크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세르게이(15)는 “맛은 그전과 똑같다. 콜라는 달랐지만 버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반가워했다.
이렇듯 서비스, 매장 환경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메뉴나 맛에 대한 가혹한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로고를 두고 "메리어트 호텔 로고와 방글라데시 국기를 섞은 것 같다"고 빈정거리는 내용의 게시물이 퍼지기도 했다. 반(反) 푸틴 시위자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날 때 "빅맥을 돌려달라"는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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