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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예람 중사 성추행 가해자 감형…아버지의 절규 "재판장"

1심 9년→항소심 7년 선고

사망 책임 전적으로 장 중사에게 물을 수 없어

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고인의 사진 앞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14일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장 모 중사에게 1심보다 적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충남 서산시에 있는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장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차량 뒷자리에서 하급자인 이 중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추행 이틀 뒤인 지난해 3월 4일 장 중사는 이 중사에게 "온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또 지난해 5월 22일에는 "너, 신고할 거지? 신고해 봐" 등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군 검찰은 이를 보복 협박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 등을 보낸 것이 ‘사과 행동’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인정해 징역 9년을 판결했다.

군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로 이어진 2심에서도 보복 협박 혐의가 쟁점이 돼 군검찰은 이 부분 입증에 주력하면서 1심 때와 같이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나 형량은 되레 2년이 더 낮아졌다. 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강제추행 혐의는 유죄, 보복 협박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사과 행위 외에 추가 신고하면 생명·신체에 해악을 가한다거나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명시적 발언이나 묵시적 언동을 하지 않아서 가해 의사를 인정할 수 없고 구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살 암시를 포함한 사과 문자를 구체적 해악 고지로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이후 실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1심이 보복 협박 혐의에 무죄를 인정한 것을 “정당하고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모처의 故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찾은 이 중사 아버지 등 유족의 모습. 연합뉴스


감형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중사의 사망 책임을 장 중사에게 전적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 범행을 보고했음에도 되레 은폐, 합의를 종용받았고 피해자 가족 외엔 군내에서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는 등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소외감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군내에서 악순환되는 상황 또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 책임으로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잘못을 교정하고 사회에 재통합될 수 있게 하는 형벌의 기능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고 부당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7년 형 결정 부분을 읽어내려가는 순간 유족은 고성을 지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세게 반발했다. 재판장석으로 뛰어가다 군사경찰의 제지를 당한 이 중사의 아버지는 “이래선 안 되는 거야, 재판장!”이라며 부르짖었다. 어머니는 판결에 충격을 받고 과호흡으로 쓰러져 실려 나갔다.

이 중사의 부친 이씨는 재판정을 나와서도 “군사법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며 군사법원을 규탄했다. 그는 우리 국민의 아들딸들이 군사법원에 의해서 죽어갔던 거라며 군사법원을 없애고 민간법원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의 강석민 변호사는 군사법원이 상식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대법원은 양형이 아닌 보복 협박 유무죄만 판단할 것이므로 양형을 이렇게 (감형) 한 것은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복 협박이 인정되면 파기환송이 서울고법으로 갈 건데 법리적 문제가 쉽지 않아 유족이 엄청난 난관을 맞게 됐다”고 우려했다.

군검찰이 2심에 불복해 다시 항고하면 군사법원이 아닌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열리게 된다. 이 중사는 장 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곧바로 신고했지만, 군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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