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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비둘기 日…엔저·소비침체 우려에도 '나홀로 완화' 지속

■BOJ '금융 완화정책' 유지

경기부양 위해 저금리 고수

미일 금리차 커져 엔저 가속

달러당 140엔 돌파도 점쳐

에너지 등 수입 물가 급등

소비심리 냉각 불가피할 듯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가파른 긴축 드라이브를 거는 와중에도 일본은행(BOJ)은 ‘나 홀로'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기로 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기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저금리를 유지해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의도지만 엔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에너지 등 수입 물가 급등에 따른 가계 부담이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금리를 -0.1%, 장기 금리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는 현재의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를 0.25%의 고정금리로 무제한 매입하고 연간 최대 12조 엔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를 필요에 따라 매입하는 기존 조치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대에 진입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이 주된 원인으로 지속력이 없다고 판단해 기존의 양적 완화 노선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행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각종 상품의 수입 비용 상승으로 "일본 경제에 극도로 높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물론 15년간 금리를 동결했던 스위스까지 전격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전 세계에서 긴축이 가속되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이번에도 세계의 흐름에 역행할지에 주목해왔다.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미국이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넘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거센 엔저 압박을 의식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통에서 회복되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새로운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것이 통화 완화 정책으로 경제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이며 필요할 경우 주저하지 않고 더 완화할 준비도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금리 목표치를 넓히거나 정책 가이던스를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금리를 통제하면서도 최소한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성명서에서는 정책 변화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엔화 약세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증권의 미와 다카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정으로 구로다 체제에서는 정책 변화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투자자들이 엔화와 일본 국채에 대해 더욱 매도 포지션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일본은행의 발표 전 달러당 약 133.30엔을 유지하던 엔화는 이후 달러당 134.64엔으로 단숨에 올랐다. JP모건은 미일 간 금리가 벌어지면서 엔화가 조만간 달러당 140엔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파른 엔저로 인한 소비 위축 우려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일본과 다른 국가들 간 통화정책의 차이가 커지면서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 비용 상승이 소비를 냉각시킬 것이라는 위협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행은 저금리를 이용해 취약한 경제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는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을 촉발해 연료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경우 일본은행이 결국 완화 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인플레이션 충격을 완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일본은행은 이를 부채질하는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 조합은 일관성이 없는 만큼 일본은행이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행도 이 같은 시각을 의식한 듯 이날 이례적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동향이 일본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의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기업들의 사업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든다"며 "이는 경제에 부정적이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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