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한계 가구와 한계 기업 등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하기 위해 고리(高利)로 급전을 조달해 버티는 ‘돌려 막기’가 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7.09%까지 급등했고 다음 달에는 8%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다. 실물 부문에서는 ‘R(경기 침체)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기획재정부는 17일 ‘그린북’에서 올 들어 처음 ‘경기 둔화’ 표현을 썼다. 자산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주 연속 하락세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섰던 2030세대와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이 대출이자 부담으로 상환 불능에 빠지는 ‘하우스푸어 사태’가 우려된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였다가 갚지 못해 강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가 주가 급락세로 급증하는 것은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일 수 있다.
원자재 값 급등과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기업의 자금난도 가중되고 있다. 4월 말 기업 대출 연체율은 0.28%이지만 정부가 반강제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한 데 따른 ‘분식’된 수치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한계 기업은 2년 전 상장 기업의 18.9%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한계 기업이 최근 부쩍 늘고 있는 가운데 저신용 건설사 등은 초단기로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들은 5월 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급감하는 등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당국이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비상 자금 조달 계획 점검에 나선 것은 금융사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실물·금융 전반으로 확산되는 도미노 부실 상황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 시장이 더 경색되면 멀쩡한 기업까지 ‘흑자 부도’에 몰릴 수 있다. 과거 위기 당시 만들었던 배드뱅크 등의 부실 처리 장치 구축에 속도를 내고 모든 금융권을 상대로 건전성 등의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 현재 위기를 한순간에 지나가는 먹구름으로 치부하다가는 금융 시스템 전체가 교란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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