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복합 위기’에 처했다. 미중 패권 전쟁과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차질 등이 겹치면서 원유·식량·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물가 폭등과 금리 인상,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와 생산·소비·투자 부진의 ‘3저(低)’ 위기로 치닫고 있다. 코스피는 17일 1년 7개월 만에 장중 2400을 내줬다가 2440대를 회복했다.
‘민간 주도 성장’을 내건 윤석열 정부는 재정·통화·금융 정책과 예산 등의 복합 처방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복지의 선순환을 위한 구조 개혁에도 곧바로 착수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모든 게 불가능하고 정부가 제시한 경제정책은 ‘헛공약’에 그친다. 정부가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법인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과세 범위 축소, 주식양도소득세 사실상 폐지 등이 모두 법 개정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근로시간 제도 개선, 재정 준칙 도입도 가능해지려면 입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대기업·부자 특혜’ 프레임을 씌워 반대하고 나섰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법인세율 인하 정책에 대해 “재벌·대기업을 위한 맞춤형 감세”라고 혹평했다. 전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실패로 끝난 MB(이명박) 정책의 시즌2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170석의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입법권을 쥐고 위기 극복을 위한 입법을 가로막는 구태를 버려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5년 동안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책을 밀어붙여 위기를 증폭시킨 책임이 크다. 선거 3연패로 이미 유권자의 심판도 받았다. 야당이 된 뒤에도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발목 잡기를 멈추고 초당적으로 국정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 여야는 당장 법사위원장 자리 싸움을 끝내고 19일째 휴업 상태인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입법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도 미증유의 위기 극복을 위해 의지를 갖고 야당과 노조·국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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