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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충식의 모빌토피아] 파렴치한 전동 킥보드

KAIST 교수

스마트 모빌리티 대세된 전동킥보드

작년 사고 2100건·사망자 10명 달해

도심 교통난 덜 획기적 이동수단이지만

학교내 운행금지 등 안전제도 마련 시급





가는 곳마다 내던진 듯 전동킥보드가 무질서하게 어지러이 널려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계단 앞에 급히 내팽개쳐 넘어져 있거나, 자동차 도로 혹은 인도의 모퉁이에 방치되거나 건널목과 장애인 통로를 막고 선 전동킥보드는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위험천만하다. 개인 소유가 아닌 공유 전동킥보드가 아무 데나 쓰러져 있는 모양을 보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용자의 파렴치함이 극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전동킥보드 자체가 안전, 편의, 탄소 중립과 공해 저감을 요구하는 에너지 기술의 표준에서 보더라도 파렴치한 요인이 많아서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의 미래상을 말할 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모빌리티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미래 모빌리티의 특징은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이동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전동화와 자율주행이 확대되고 이에 관련된 정보통신기술(ICT)의 서비스 플랫폼도 모빌리티 영역 안에서 결합된다는 점이다. 전동킥보드는 근자에 급격히 늘어난 개인형 이동 수단(퍼스널 모빌리티)이다. 전기를 사용하는 1인용 교통수단으로 원동기 장치 자전거 중 최고 속도 시속 25㎞ 미만, 총중량 30㎏ 미만인 것으로 도로교통법에 정의돼 있다. 지난 5년간 급격히 늘어난 전동킥보드는 올해 2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세계시장도 2020년에 41억 달러에 달했고 2030년까지 다섯 배인 20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버스·택시·자전거를 대체할 교통수단으로써, 걷기에는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버스·택시·지하철을 이용하기에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는 시간과 체력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어 인기가 좋다. 진화하는 스마트 모빌리티에서 전동킥보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차 위치를 파악한 후 가까운 이동 수단을 찾아 대여해 쓰는 방식의 공유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집중이 심한 도시의 교통 체증 문제 및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효율적인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래서 주요 자동차 회사들도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었고 글로벌 공유 서비스 업체들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글로벌 업체가 이미 자리를 확고히 잡았고 국내 스타트업들도 활발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폭발적인 전동킥보드 시장의 확대는 엄청난 사고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사고 건수는 2100회가 넘었으며 2020년에는 부상자 수 985명에 사망자도 10명에 이르렀다. 전동킥보드 화재도 지난해 39건 발생했고 분리된 배터리의 충전 중 화재까지 합하면 실제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질서하게 주차된 것을 수거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한 최고 속도 감소, 전용 경로 지정 등 개선이 기대된다. 보행자가 많고 이동 거리가 제한된 관광지, 시장, 학교, 아파트 단지 등에서의 운행 금지와 거치장 확대·관리, 비용 현실화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아울러 산업 및 환경문제와 탄소 중립에 관한 깊은 고려도 필요해 보인다. 승용차를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사람이 전동킥보드를 타면 교통 체증을 막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걷거나 자전거를 탈 사람이 게으름을 만회하려고 킥보드를 타게 되면 에너지를 낭비하고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전기를 온전히 신재생에너지 자원이나 원자력으로 만들어 무탄소 발전이 실현되는 날까지는 전기는 깨끗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환경 파렴치가 되는 것이다. 국내에 난립한 전동킥보드 생산 업체의 제품들을 보면 성능 차이가 매우 크다. 대부분 품질이 낮고 값싼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해 국내 산업과 환경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효율 높고 품질이 좋은 국산 배터리를 채용하는 경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획기적인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사고와 에너지 낭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동킥보드 운행 방식과 지역을 제한하는 한편 기술과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퍼스널 모빌리티가 건전하게 자리 잡도록 하고 산업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전동킥보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미래 모빌리티를 견고히 할 우리의 시급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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