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단지가 잇달아 나오는 등 재건축 관련 호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매수세 없이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며 집값 상승을 주도한 과거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명일동 ‘삼익그린2차’는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단 1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54.81㎡의 매물이 3월 10일 12억 8000만 원에 손바뀜된 것이 전부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월) 28건이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거래 실종’ 수준이다.
총 2400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3월 말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통과하며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매수세로 나타나지는 못하고 있다. 단지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단지 규모가 워낙 크고 평면 구성이 다양해 매수 문의는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매수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서울 재건축 단지들도 매물만 쌓일 뿐 거래는 뜸한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의 매매 매물 건수는 212건으로 지난해 178건보다 19.7% 증가했다. 반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신고된 매매 거래는 5건으로 전년 동기(32건)의 6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도 매물은 35건에서 49건으로 늘었지만 거래량은 28건에서 1건으로 급감했다. 이들 단지는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대상으로 실거주 목적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시 매수세가 되살아나며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단기적으로 시장 조정 요인이 있지만 대출이나 재건축 부담금, 분양가상한제 등이 완화되면 다시 회복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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