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두 번의 시도 만에 발사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누리호는 21일 오후 4시 정각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출발해 13분 후 목표 궤도인 700㎞ 고도에 안착했다. 1·2단 엔진과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 분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데 이어 위성이 목표 궤도에 진입했다. 정부는 “대한민국 우주 하늘이 활짝 열렸고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이 위대한 전진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미국·러시아·유럽·일본·중국·인도에 이어 1.5톤급 위성을 자기 기술로 발사할 수 있는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 지난해 1차 발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실제로 작동하는 진짜 위성을 탑재해 실용위성 발사 능력까지 확보했다. 누리호는 엔진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전 과정을 300여 개 국내 기업이 자체 기술로 진행해 만들어낸 한국형 발사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8월 3일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 발사까지 성공하면 자타가 공인하는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우주 산업은 인류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불릴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세계 우주 산업 시장 규모가 1조 1000억 달러로 2019년 대비 4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 영토를 확보하려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발사체를 여러 번 재사용할 정도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우주 시장 조사 기관인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우주 개발 예산은 6억 1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미국의 지난해 우주 개발 예산이 486억 3700만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초격차 기술로 무장한 민간 우주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 연구, 민간 스타트업 지원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항공우주청 설립이 절실하다. 정부는 말로만 우주 강국을 외칠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첨단 기술 개발 및 고급 두뇌 육성 방안을 내놓아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