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개구리 종이 프랑스와 벨기에의 유별난 식도락 문화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비영리 동물·환경 보호단체 '프로 와일드라이프'가 이날 발행한 보고서에서 따르면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매년 2억 마리 이상의 개구리를 수입하고 있다. 개구리 다리(Cuisses de Grenouille) 요리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해마다 유럽 밖에서 수입하는 개구리는 약 4070t이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개구리는 인도네시아산이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베트남(21%), 터키(4%), 알바니아(0.7%) 등에서도 수입한다. 프로 와일드라이프는 “유럽에 식용으로 팔리는 개구리 숫자가 너무 많아 일부 개구리종은 지구상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벨기에 등에서 요리되는 터키 토착종 양서류인 '아나톨리안 물개구리'는 10년 안에 야생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고, 인도네시아와 알바니아 등지에 서식하는 개구리들도 멸종 위험이 커지거나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로 와일드라이프의 공동 설립자 샌드라 알테어 박사는 "인도네시아와 터키, 알바니아에서 야생 개구리 종의 개체 수가 줄면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며 "유럽 시장의 약탈이 계속된다면 야생 개구리 개체 수는 더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고 향후 10년 안에 (여러 종이) 멸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율배반적인 것은 유럽연합(EU) 가입국 중 27개국이 자국에서는 개구리 포획 금지 방침을 세워두고 수입 제한 조처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랑스 환경보호 단체 ‘로빈후드(Robin des Bois)’의 샬럿 니타르트 대표는 "개구리는 곤충 사냥꾼으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개구리가 사라지는 곳에서 살충제 사용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구리 멸종은)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 국제 양서류 보호 현황을 보고할 예정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생존을 위협받는 동물군으로 개구리를 포함한 양서류를 꼽았다. 프로 와일드라이프와 로빈후드는 EU 국가들이 개구리 수입 제한, 개구리 다리 원산지 표기, 멸종 동식물 보호종 등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테어 박사는 “마취 없이 개구리 다리를 잘라내는 잔인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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