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지난 수년 간 ‘성장주’에 밀렸던 ‘가치주’가 각광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치주는 성장은 더디지만 현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성장주는 현재가치에 비해 미래의 수익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이다. 대표적인 가치주로 꼽히는 석유 업체 엑손 모빌과 화학기업 머크, 주류 회사인 몰슨 쿠어스 등은 올해 들어 주가가 두 자릿수나 급등한 상태다. 성장주를 대표하는 메타와 엔비디아, 아마존이 각각 49%, 42%, 30%나 폭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 주가지수 제공업체 FTSE 러셀의 ‘러셀1000 가치 지수’가 올 들어 12% 빠지는데 그친 것과 달리 ‘러셀1000 성장 지수’는 25%나 하락해 13%포인트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차이가 연말까지 유지되면 2001년 이후 최대 격차를 기록하는 것이 된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러셀1000 가치 지수가 성장 지수를 앞지른 것은 2012년과 2016년 뿐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디지털 관련 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전 세계에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디지털 기업이 몰려 있는 성장주로 쏠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돈줄을 조이고 코로나19도 잠잠해지자 다시 가치주를 찾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가치주의 앞날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미 자산운용사 AQR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클리프 아스네스 설립자는 “가치주는 여전히 성장주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향후 3~5년 간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투자 자문사 리서치어필리에이츠의 롭 아노트 창업자도 “지금은 가치주가 성장주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초기 단계”라며 “향후 10년, 특히 3~5년은 엄청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WSJ은 “가치주와 성장주의 단기 주가 흐름을 예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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