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초등생 조유나 양 가족이 교외 체험학습을 급히 준비한 정황이 포착됐다.
27일 광주 남부경찰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조유나 양의 부모는 지난달 1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조양과 함께 제주도로 교외 체험학습을 떠나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이 가족이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한 기간은 5월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였다. 이는 약 한 달 가량 떠나는 교외학습 일정을 고작 이틀 앞두고 신청한 셈이다.
가족이 머물 숙소도 체험학습을 신청한 당일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숙소는 이 가족이 행선지로 밝힌 제주도가 아닌 전남 완도 명사십리 인근 한 펜션이었다. 이는 해당 가족이 처음부터 제주도 교외 체험학습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또 조양은 교외 체험활동을 신청한 당일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의 부모는 조양이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고 알려 학교 측은 조양을 '질병 결석' 처리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교외 체험활동 신청 다음날인 18일은 지방공휴일로 전교생이 등교하지 않았다. 이에 학교 측은 체험학습 신청 당일부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할 때까지 조양을 보지 못했다.
특히 조양 가족은 올해 1학기에만 7차례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해 35일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이 다닌 초등학교의 경우 1년에 38일까지 교외 체험학습 신청이 가능했다. 이는 조양이 1학기에 체험학습 사용 기간 대부분을 활용한 셈이다.
앞서 조양 가족은 체험학습 기간이 시작된 지 5일이 지난 지난달 24일부터 예약한 펜션에 머물렀다. 이들은 28일까지 4일간 묵은 뒤 하루 건너 29일 다시 입실한 뒤 30일 오후 11시 펜션을 빠져나갔다. 펜션을 나온 지 2시간 뒤인 31일 오전 1시 전후 20분 간격으로 조양과 조양 어머니의 휴대전화 전원이 각각 꺼졌고, 3시간 뒤인 오전 4시쯤 펜션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송곡항 인근에서 조양 아버지의 휴대전화도 꺼졌다.
실종수사전문가는 조양 가족의 마지막 행적이 담긴 CCTV를 보고 여러 가지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먼저 심야 시간에 움직였다는 부분이 의심이 간다”면서 “아이가 어찌 된 상황인지 정상적인 의식 판단이 되지 않은 채 엄마에게 업혀서 간다는 부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 “위급한 상황이라면 아빠가 대부분 아이를 안고 가는데 팔에 힘이 없는 아이를 엄마가 뒤로 업은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유나 양 아빠로 추정되는 CCTV 속 남성이 손에 든 물건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빠가 왼손에 들고 있는 게, 우리가 보지 못했던 어떤 물건”이라며 “ 일반적인 여행이나 농어촌 체험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단지 아빠가 왼손에 작은 비닐봉지를 든 모습이다. 이런 것이 뭔가 다른 목적으로 여기에(완도에) 들어온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 이달 22일부터 이날까지 엿새째 조양 가족의 행방을 찾고 있다. 경찰은 조양 가족의 휴대전화가 꺼진 곳을 중심으로 경력 200여명을 투입해 해안과 인근 마을, 야산 등을 수색 중이다. 또 차량이 바다로 추락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드론 2대와 헬기, 수중 탐지 장비가 장착된 해경의 경비정 등을 동원해 수색하고 잠수부를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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