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가 10년 가까이 진행 중인 6조 원대 국제 소송 사건이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결과가 이르면 120일 이내에 나올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부는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사건의 중재재판부가 29일 ‘절차 종료’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양측 사이 중재 절차가 완료됐다는 의미다. 중재재판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중재 절차 규칙 38·46조에 근거해 앞으로 120일 이내에 판정을 선고한다. 판정이 어려운 특별 사유가 있을 경우 최장 180일 이내에 선고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론스타의 악연은 2012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워싱턴 ICSID에 46억 7950만 달러(약 6조 356억 원)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애초 한화 5조 원 규모였으나 최근 환율 변동으로 소송 규모는 6조 원대가 됐다.
투자자국가간소송(ISD)에서 양측이 격돌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이다. 론스타 측은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을 팔려고 했으나 대한민국 금융위원회가 정당한 사유 없이 매각 승인을 지연했다고 주장한다. 론스타는 매각 계획이 무산된 후 2012년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넘겼다. 한국 정부가 승인을 미룬 데 따라 HSBC와의 계약이 파기됐고 결국 하나금융지주에 3조 9157억 원에 팔아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국세청이 자의적·모순적 과세를 하는 등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무부는 국제 법규·조약에 따른 내외 국민 동등 대우 원칙에 기초해 차별 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며 반박해왔다. 가격 협상에 개입한 사실도 없고 과세도 정당했다는 주장이다. 론스타가 제기하는 매각 지연 문제에 대해서도 당시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등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사법 절차가 진행돼 승인이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오현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중재재판부가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금융위의 판단 유보로 외환은행을 싸게 팔 수밖에 없었다는 론스타 측 주장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라며 “구속력은 없으나 대법원이 앞서 과세 부분에 대해 판결을 내린 부분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법원은 2017년 10월 해외에 차린 명목상 회사를 통해 외환은행 등 국내 기업에 투자해 수조 원의 수익을 올린 론스타에 대한 1700억 원대 법인세 부과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주요 결정이 미국 본사에서 이뤄졌고 론스타가 국내에 고정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법무부는 2015년 5월 론스타가 중재의향서를 접수하자 당시 국무총리실장(현 국무조정실장)을 의장으로 하는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와 법무부 법무실장을 단장으로 한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구성해 중재 절차를 수행해왔다. 정부는 선고가 나올 경우 관계 부처 TF를 중심으로 판정문을 분석해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선고는 이유를 기재하지 않거나 절차 규칙 등을 이유로 120일 이내에 취소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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