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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깨는 퇴직연금 92조…'연금 백만장자' 길 열린다

[디폴트옵션 12일부터 도입…퇴직연금시장 판이 바뀐다]

펀드 등 실적배당형으로 머니무브

수익률 1~2%서 4~5% 이상 가능

은행·보험·증권사 경쟁 치열할듯





300조 원에 달하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을 흔들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부터 도입된다. 근로자가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자산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 연 1~2%에 머물던 장기 수익률을 4~5%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DC형 연금에 해당되는 제도지만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그동안 퇴직금 운용에 무관심했던 가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면서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의 ‘머니무브’가 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입자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DC형 및 개인형 퇴직연금에서 원금보장 상품에 묶여 있던 약 92조 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은행·보험·증권사 간의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 당국과 고용노동부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디폴트옵션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와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들에게는 12일부터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신규 가입했거나 기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별다른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적용된다. 4주간 지시가 없을 경우 은행·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로부터 ‘2주 이내에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해당 적립금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된다’는 통지를 받게 되고 이후에도 2주 내에 지시가 없을 경우 미리 지정한 금융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하게 된다. 상품 승인 시기를 고려하면 실제 디폴트옵션 시행은 10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 업계는 이 제도로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판이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디폴트옵션으로 퇴직연금 수익률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들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적립금이 300조 원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255조 원이 예금·현금 상품 등에 방치돼 있는 등 ‘덩치에 맞지 않게’ 운용된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차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증권·보험 등 연금 사업자들의 수익률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폴트옵션은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데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금까지는 수익률이나 수수료율 등과 관계없이 퇴직연금 사업자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수익률을 좇는 자금 이동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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