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글로벌 현장에서] 경제협력의 동반자 튀르키예

■이원익 주튀르키예한국대사

6·25 참전으로 '형제국' 맺은 튀르키예

2002 월드컵·작년 도쿄올림픽 배구 등

승부 떠나 모두를 응원하며 우정 다져

수교 65주년…'경제 동반자' 나아가야




이원익 주튀르키예한국대사./외교부




5월 말 터키 정부가 국명을 ‘튀르키예(Republic of Turkiye)’로 변경했다. 민족의 문화·문명·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국명을 통해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튀르키예라는 이름이 지금은 생소하지만 곧 친숙한 이름이 되리라 믿는다.

튀르키예인들이 양국 관계를 생각하면서 떠올리는 몇 가지 대표적인 장면들이 있다. 첫째는 튀르키예에서 흥행했던 6·25전쟁 영화 ‘아일라’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일라’는 6·25 참전 용사인 쉴레이만과 전쟁고아인 한국 소녀 아일라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60년 후 재회를 그린 실화 영화다.

8000㎞나 떨어진 한반도에 달려와 준 참전 용사들의 희생과 기여는 항상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필자도 2020년 11월 부임 첫날 첫 일정으로 앙카라한국공원에 있는 6·25 참전 기념비를 방문했다. 그리고 아흔이 넘으신 이분들의 살아생전 마지막 한국대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일이 안아드리고 감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분들은 젊은 시절 목숨을 걸었던 6·25전쟁을 여전히 생생히 기억하고 한국의 발전과 번영을 자기 일처럼 자랑스러워하신다. 이처럼 오늘날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양국 관계의 굳건한 토대를 만든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튀르키예의 6·25 참전이었다.

두 번째 장면은 2002년 월드컵 한·튀르키예 3·4위전이다. 벌써 20년이 흘렀지만 튀르키예인들은 당시 경기장을 뒤덮었던 대형 태극기와 튀르키예 국기, 그리고 승부를 떠나 양국 모두를 응원하던 우리 국민의 모습을 기억한다. 여느 국가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튀르키예인들은 이날 경기를 축제처럼 즐기는 우리를 보며 한국을 진정한 ‘친구’로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세 번째는 지난해 도쿄올림픽 한·튀르키예 배구 8강전이다. 그날의 패배에 튀르키예 선수들은 유독 많은 눈물을 흘렸다. 당시 큰 산불로 고통받던 튀르키예에 승리로 위로하고자 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우리 국민은 김연경 선수 팬들을 중심으로 15만여 그루의 묘목을 튀르키예에 기부했다. 튀르키예 역사상 민간 기부로는 최대 규모라고 한다. 튀르키예 환경 단체와 우리 대사관이 협조해 주요 산불 피해 6개 지역에 ‘한·튀르키예 우정의 숲’을 조성했는데 이는 스포츠를 통한 우정이 환경보호 협력으로 발전한 것이다.

넷째는 당연히 튀르키예 내 한류 인기다. 필자가 튀르키예인들을 만날 때마다 본인이나 가족이 K팝·K드라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야기한다. 길을 가다가도 한국인이냐고 물으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K팝 공연은 항상 만석이며 6월 초 개최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공연은 2021년 개장한 콘서트장을 최초로 가득 채웠다.

양국은 올해 수교 65주년을 맞이했다. 수천 년 전 아시아 지역의 이웃 국가였던 양국은 이제 아시아 대륙의 양 끝에서 미래를 향한 경제 협력의 ‘동반자’로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다. 튀르키예는 지정학적 위치, 내수 시장 규모, 젊고 경쟁력 있는 인구 구조 등 많은 면에서 풍부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경제 분야에서 양국 간 상호 호혜적인 구조는 타국에 비해 월등하다. 동서양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차나칼레대교’ 공동 건설에 이어 SK온이 대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래 전략 산업 협력도 가시적이다.

지난해 양국 무역 규모는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80억 달러를 넘어섰고 180여 개의 우리 기업이 33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하며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일견 의미 있는 통계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 무역 규모가 한국 총무역 규모의 0.65%에 불과한 등 양국의 경제 관련 수치는 전체 규모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쉴레이만’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일라’는 이제 정치·경제·문화 등 국가 통합 역량 10위 국가로 올라섰다. 양국 관계가 수천 년 전 ‘이웃’으로서, 피를 나눈 ‘형제’로서, 스포츠와 한류를 함께 즐기는 ‘친구’로서, 수교 65주년을 맞이해 경제 협력을 위한 굳건한 ‘동반자’로서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해 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