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초유의 당 대표 징계 문제로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8일 새벽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아온 이준석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 대표는 김철근 정무실장이 의혹 제기자 측에 써준 ‘7억 원 투자 각서’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으나 윤리위는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을 결정하는 당 윤리위의 처분 기준은 사법 처리와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이 대표는 최측근의 잘못에 대한 연대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권성동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반발했다. 복합 위기가 심화하는 데다 거대 야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여당의 내홍이 계속되면 국정은 더 표류하게 된다.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이 대표는 징계를 수용하고 성찰해야 하며 친윤 세력도 당권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30대 당수로 선출된 이 대표는 정치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는 데 기여했으나 ‘자기 정치’에 빠져 끝없는 당내 분란을 초래하고 젠더 갈등을 증폭시켰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의 두 차례 당무 보이콧과 단일화 반대, 젠더 갈라치기 등으로 외려 정권 교체를 너무 어렵게 이뤄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동안 경제 위기의 태풍이 몰려오는데도 국민의힘이 한 일이라고는 당내 진흙탕 싸움뿐이었다. 이 대표는 위기 대처를 위한 화두나 정책을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내분만 확대시켰다. 이러니 ‘도로 새누리당’ ‘웰빙 정당’이라는 조롱을 들을 수밖에 없다. 야당은 “콩가루 집안”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이 이런 비아냥을 더 이상 듣지 않으려면 당권 투쟁에 대해 뼈아프게 반성하고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5년 후에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더불어민주당을 반면교사로 삼아 집안 싸움과 내로남불을 멈추고 치열하게 공부하면서 비전·정책을 제시하는 책임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 여야 합의로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해 정부의 위기 대응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