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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 남성과 여성의 불균형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악몽 '멘'

[리뷰] 영화 '멘'

'엑스마키나' 알렉스 가랜드 연출작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공식 초청작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멘’ 스틸 / 사진=판씨네마㈜




기분 나쁜 불쾌함이 감동보다 강한 여운을 남길 때가 있다. 영화 '멘'은 한 마디로 기묘하고 기괴하다. 알기 힘든 메타포가 가득하고, 뚜렷해서 기분 나쁜 형체가 공포감을 조성한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충격적인 비주얼과 초현실적 스토리는 잊기 힘든 잔상을 남긴다.

영화 '멘'(감독 알렉스 가랜드)은 남편의 죽음 이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아름다운 영국 시골 마을로 떠난 하퍼(제시 버클리)가 집 주변의 숲에서 정체 모를 무언가에게 쫓기면서 마주하게 되는 광기 서린 공포를 그린다. 하퍼는 남편과 이혼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그의 자살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이는 곧 끔찍한 트라우마가 됐고, 새로운 저택에 짐을 풀었음에도 하퍼는 기억 속에 몸부림친다.

하퍼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쾌하다. 집주인 제프리(로리 키니어)는 묘한 분위기를 내뿜고 도와주겠다 말하던 목사는 되려 그를 추궁한다. 경찰은 하퍼의 끔찍한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마를린 먼로 탈을 쓴 아이는 숨바꼭질을 하자고 해놓고 다짜고짜 욕설을 뱉는다. 마을 사람들의 기분 나쁜 무례함은 하퍼를 서서히 옥죄어 온다.

"도둑질인데 그러면 안돼요. (사과는) 금단의 열매잖아요"

영화는 많은 메타포를 사용한다. 특히 종교적인 사물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해 음산함을 더한다. 가장 대표적인 메타포는 사과. '금단의 열매'를 먹은 것이라 직접적으로 읊는 제프리의 대사는 이것이 단순 소품의 의미를 넘어 종교적 은유를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이교도의 여신이자 색욕에 대한 경고, 여성의 다산을 의미하는 '실라나히그' 조각상과 생명과 자연에 대한 동경, 남성의 힘을 상징하는 '그린맨'의 등장은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부가적인 설명을 돕는다.





기괴한 분위기와 달리 영화 화면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선명한 초록 숲과 일렁이는 물결, 반짝이는 이끼, 탐스러운 사과나무, 광활한 오로라까지. 이질적이기에 섬뜩하다.

특히 영화는 녹색과 적색, 보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과거 남편과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기억은 붉은빛으로, 현재의 하퍼는 숲이라는 배경 안에 배치한다. 이러한 대비는 하퍼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고 지독한지 보여준다. 영화의 중반부에는 붉디붉은 태양이 노을 지며 초록 들판을 덮는다. 이는 현재에도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떨칠 수 없고, 또 다른 잔인한 기운이 하퍼에게 스며들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영화에서 녹색은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카키색 코트, 초록 이끼, 울창한 나무와 숲. 사실 녹색은 자연의 색으로 초자연적인 생명을 대표하는데, 이는 서양 영화에서 주로 악당같이 부정적인 무언가를 표현할 때 자주 활용된다. '멘' 역시 현재를 자연친화적으로 묘사하며 무해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격렬하고 치열한 사투의 공간일 뿐이다.



영화 '그래비티'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상을 수상한 글렌 프리맨틀(Glenn Freemantle)이 참여한 작품답게 다채로운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특히 작품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메아리를 동굴, 교회, 그리고 외재적 사운드로 곳곳에 활용하면서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소리에서 느껴지는 공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의 오프닝과 클로징에는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인 '러브 송(Love Song)'이 삽입됐다. 극의 내용과 반대되는 분위기의 낙관적인 음악은 되려 영화의 불편함을 배가시킨다.



"제임스, 내게 뭘 바라는 거야?", "당신 사랑"

영화의 기괴한 분위기는 후반 10분간의 출산 장면에서 극에 달한다. 가히 어떤 장면보다 충격적이다. '출산'이라는 행위를 익히 알고 있음에도 거대한 스크린에 펼쳐지는 적나라한 묘사는 낯설기만 하다. 하퍼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아홉 명의 남성들은 서로가 서로를 '출산'하며 재탄생된다. 그럼에도 영화는 적대관계로 묘사되는 여성과 남성을 보편적인 모습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여성이 언제나 남성에게 위협 당할지 모르는 연약한 존재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더 넓은 의미의 남성과 여성을 다루면서 어떤 관계에서는 사랑이 끔찍한 무기로 변질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요약
제목 : 멘

장르 : 드라마, 공포, SF

연출 : 알렉스 가랜드

출연 : 제시 버클리, 로리 키니어

수입/배급 : 판씨네마㈜

상영시간 : 100분

상영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 2022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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