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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식량가격 꺾였지만…36년만 최고치 주거비 급등 '복병'

변곡점 맞은 미국 물가…3대 변수는

①주춤한 국제유가 급등세

②진정세 접어든 식량가격

③치솟는 美 주택임대료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9.1%까지 치솟으면서 관심은 물가의 향방에 쏠리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6월 고물가를 이끈 ‘주범’인 유가와 식량 가격 등이 하락세로 접어든 만큼 인플레이션이 6월에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의견이지만 원유 수급 악화 우려가 여전한 데다 36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오른 주거 비용이 새 ‘복병’으로 등장해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14일 발표된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망치 10.7%를 웃도는 11.3%를 기록한 것도 문제다. 이달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 아울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보폭을 좌우하게 될 3대 변수를 짚어본다.이달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 아울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보폭을 좌우하게 될 3대 변수를 짚어본다.

CPI 급등 '원흉' 美 휘발유가격 꺾였지만…푸틴 '에너지 무기화' 최대 변수

전 세계를 인플레이션으로 이끈 유가는 이제 ‘인플레이션 정점론’의 첫 번째 근거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로 현재 배럴당 100달러 안팎인 유가가 연말에 60달러대까지 빠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예상 밖으로 끌어올린 현지 휘발유 가격 급등세는 이달 들어 주춤해진 상태다.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5월 갤런당 4.44달러였던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6월 4.94달러로 껑충 뛰었다가 이달 11일 현재 4.65달러로 하락했다. 6월에 전년 대비 60% 가까이 치솟으며 고물가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휘발유 가격이 안정되면 7월 이후 미국의 물가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월 중순 이후 휘발유 가격 하락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CPI를 “구닥다리 통계”라고 평가 절하한 데는 이런 사정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날 보고서에서 원유 수급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 수준이 외려 수요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수급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IEA는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종전보다 24만 배럴 적은 하루 9920만 배럴로 조정했다.

다만 6개월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유가를 다시 상승세로 돌아가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서부와 흑해를 연결하는 송유관 가동을 임시 중단하기로 하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금세 1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사 가스프롬이 설비 보수를 이유로 막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재개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유럽을 위협하는 것도 유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오일메이저 셰브런의 마이클 워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원유 공급이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유가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경고했다. 최근의 유가 하락이 ‘착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달 미 석유 대기업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주식 1200만 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8.7%로 늘린 것도 유가 하락이 아닌 상승에 베팅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러-우크라 곡물수출협상 진전에 밀·옥수수값 하락…"그래도 고공행진 이어질 것"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식료품 가격이 전년 대비 10.4% 올라 1981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천정부지로 치솟던 밀·옥수수 가격이 최근 진정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반구 곡물 수확량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에 더해 ‘세계의 빵 공장’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협상이 타결 직전에 이르며 공급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다만 전쟁 지속과 기후 변수 등으로 전 세계 식량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CBT)에서 부셸(27kg)당 8.10달러로 올해 5월 최고가(12.78달러)보다 36.7% 하락했다. 이는 올 2월 18일의 8달러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저 가격이다. 9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 역시 5월 고점 대비 23%가량 낮은 6달러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북반구의 날씨가 좋아지면서 이 지역 곡물 수확량 증가가 예상되자 가격이 빠졌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위한 조정센터 설립에 합의했다는 소식도 가격 하락의 요인이 됐다. 양국은 이날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조정센터 설립, 수출입 항구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했다. 시장의 기대대로 다음 주 중 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세계 5위 밀 수출국이자 4위 옥수수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러시아의 위협으로 막혀 있던 흑해 항로로 수출을 재개하면서 전 세계 식량 공급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현재 흑해 주변에 묶여 있는 우크라이나 밀은 2000만~2500만 톤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청신호에도 불구하고 식량 가격 고공행진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수개월간 우크라이나를 맹공 중인 러시아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할지 미지수인 데다 자국 식량난을 이유로 각국의 식량 수출 제한 조치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세계 각국에서 식량 안보를 이유로 발동된 식량·비료 수출 제한 조치는 57건에 달한다.

물가 새 ‘복병’ 치솟는 美 주택 임대료… 6월 상승률 80년대 이후 가장 빨라

9%대로 치솟은 6월 CPI에서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한 항목은 ‘주거 비용’이다. 미국의 6월 주택 임대료 상승률이 198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유가 못지 않게 물가에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크게 뛰자 내 집 마련을 포기한 미국인들이 임대 시장으로 몰리면서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고공 행진하는 주거 비용이 ‘인플레이션 정점설’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 시간) 6월 주거주지(primary residence) 임대료가 전월 대비 0.8% 올라 3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년 전과 비교한 상승 폭은 5.8%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주택 구매 희망자들이 임대주택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미 전역에서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물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 부담이 꺾이지 않는 한 향후 물가 추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 잰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 통계가 실상보다 늦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임대료 증가세는 올해 남은 기간 CPI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규 주택 건설로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져 임대료가 정점을 찍고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관리 업체 리얼페이지의 제이 파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1973년 이래 가장 많은 83만 6000가구의 다세대 주택이 건설되고 있다”며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공급 확대가 실제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1~2년가량 소요되는 데다 이들 주택 대부분이 고소득 세입자 대상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그러는 사이 임대료 상승 속도는 팬데믹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임금 인상 속도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팬데믹 이후 임금 인상률이 임대료 상승률을 앞질렀으나 최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며 “임대료가 빨리 오를수록 연준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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