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영업본부장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박 회장이 지난해 5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년 2개월여 만에 오너 일가가 이사회로 들어오면서 ‘3세 경영’ 체제를 향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호석화는 21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 동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 측의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는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과 함께 권태균·이지윤 사외이사 신규 선임안이 상정됐다. 회사 관계자는 “수년째 경영권 분쟁을 유도해왔던 주주 박철완과 그 가계의 특수관계인 지분 약 10%를 제외하면 나머지 의결권 지분의 99%가 회사 측 안에 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는 그동안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박 부사장이 압도적 표 차로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사장을 주축으로 하는 3세 경영 체제에도 본격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친인 박 회장이 박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박 부사장은 그 자리를 이어 받을 가장 유력한 인물로 점쳐졌다. 2008년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으로 경영에 참여한 박 부사장은 2010년 금호석화에 합류했다. 이후 해외영업팀 부장과 수지영업담당 전무를 거쳐 지난해 영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국내외 주요 업무를 총괄하며 박 부사장은 안정적인 성과 창출로 회사에서 입지를 넓혀왔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평가다. 금호석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4.3% 늘어난 2조 4068억 원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다. 특히 박 부사장이 국내외 영업을 담당하며 쌓은 해외 네트워킹을 활용해 외연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고유가, 공급 과잉,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석유화학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맞이한 만큼 박 부사장에게 놓인 과제도 산적해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의 대표적인 효자 제품인 NB라텍스의 경우 지난달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출액이 전년 대비 70% 감소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박 부사장의 이사회 진입을 계기로 더 과감하고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 부사장은 “경영진 및 전 임직원은 한마음 한뜻으로 주주 가치 제고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이라는 외부의 우려와 프레임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실적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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