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81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환율마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적자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72억 4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5% 증가했다.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증가한 453억 4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81억 2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이달 전체 무역수지가 2008년(6~9월) 이후 14년 만에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쌓인 누적 적자는 184억 5800만 달러에 달한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에너지 제품을 중심으로 수입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을 보면 19일 기준 배럴당 104.84달러로 1년 전보다 46.2%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이달 원유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107.5% 증가했으며 석탄 수입액도 148.9%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어 무역수지 적자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 오름세에 수입품에 대한 원화 지출액이 늘고 있는 점도 악재다.
무역수지는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대외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2020년 5월 이후 연속 흑자 행진을 보여온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통합재정수지 역시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경제가 쌍둥이 적자(재정·경상수지 적자)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외 신인도를 가늠하는 두 지표가 악화하면 국가 신용도에 악영향을 끼치며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 추이도 가팔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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