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만파식적] 캘퍼스





2004년 3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월트디즈니 주주총회에서 대반란이 일어났다. 21년 동안 디즈니를 지배해왔던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연기금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아이스너 회장의 퇴진을 주도한 기관은 캘리포니아주공무원연금(캘퍼스·CalPERS)이었다. 캘퍼스는 실적 부진과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아이스너 회장을 신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뉴저지주·오하이오주 연금펀드 등도 동조했다. 연기금의 위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1932년 설립된 캘퍼스는 미국 최대의 연기금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 공무원과 교육 공무원 등에게 은퇴 연금과 의료 보장 혜택을 제공한다. 총자산 규모는 4420억 달러(약 581조 원)에 달한다. 캘퍼스는 설립 초기 30여 년간 채권 투자에 집중했으나 1970년대 들어 주식과 사모펀드(PEF), 부동산 등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캘퍼스는 가입자 대표 6명 등 위원 13명으로 구성된 관리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독립성·투명성이 최대 강점으로 거론된다. 이 기금이 1987년부터 해마다 기업의 경영 성과와 주가 등을 평가해 발표하는 ‘포커스 리스트’는 기업 경영진의 운명까지 좌우할 정도다. 캘퍼스가 특정 기업에 대해 투자를 늘리면 실적과 관계없이 그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캘퍼스 효과’라는 말도 나왔다.

캘퍼스가 올해 6월 말 끝난 2022년 회계연도에 -6.1%의 수익률을 기록해 2009년(-23.4%)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기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무원연금은 올 들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3조 2400억 원가량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했다. 국민연금도 올 들어 4월까지 운용 수익률이 -3.79%에 머물러 있는 데다 핵심 인력 유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라도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옮기고 운용 인력의 처우를 개선해 국민 노후 자금을 제대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