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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전류로 뇌 미세자극…약물 부작용 없이 우울증 치료

[신의료기술 유예 첫 적용 우울증 전자약 ]

국내 환자 100만명 시대 눈앞

여성·젊은층 비중 가파른 증가

항우울제, 관해율 절반 못미쳐

임신부·청소년은 복용 어려움

경두개직류자극술 '마인드스팀'

비급여 처방 가능…수요 급증세

박진수 이지브레인 광화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우울장애로 내원한 환자에게 '마인드스팀'을 적용해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지브레인광화문정신건강의학과의원




#회계사 경력 10년차인 오승현씨(42·가명). 일 욕심이 많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그녀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인재다. 그런데 몇 달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스트레스 탓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다 보니 소리에 대한 강박과 불안감이 생겨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어졌다. 능숙하게 해내던 프리젠테이션도 소화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회사 근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약물치료에 거부감이 컸던 오씨는 병원 측 권유로 경두개직류자극(tDCS) 10회 시술을 받은 뒤 증상이 호전돼 더이상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오씨와 같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우울감이 지속되고 신체적, 정신적, 행동적 변화가 수반된다면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 우울증의 가장 대표적 유형인 주요우울장애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울한 기분 △흥미저하 △식욕 및 체중 변화 △수면장애 △무가치감 △피로 △자살사고 등의 증상이 최소 2주 이상 동반될 때 진단된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표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생 동안 우울장애를 경험한 비율은 7.7%였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뜻에서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방치하면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직업적 능력 상실과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우울증 환자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6배 높고, 자살 위험이 19.7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한국은 우울증 환자 100만 명 진입을 목전에 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 통계 분석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2017년 69만 1164명에서 2021년에 93만 3481명으로 5년새 35.1% 늘었다. 성별로 나눠보면 여성이 63만 334명으로 남성 30만 3147명보다 2.1배 많다. 특히 10대 미만~30대 젊은 연령층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20대의 경우 2021년 환자 수가 2017년보다 무려 127.1% 증가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19.0%(17만 7166명)를 차지했다. 10대(90.2%), 10대 미만(70.2%), 30대(67.3%)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됐을 때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은 약물요법이다. 하지만 국내외 문헌에서 보고된 항우울제의 관해(remission) 도달률은 30~45% 수준이다. 약물 복용만으로 우울증상이 거의 사라지는 관해에 이르지 못하는 환자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임신, 동반질환, 복용 중인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으로 약물치료에 제한을 받는 주요우울장애 환자들도 적지 않다. 항우울제 복용이 어렵거나 효과가 불충분할 때 신경조절술(neuro-modulation)의 일종인 tDCS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우울증은 전반적인 뇌 기능을 저하시키는데, 특히 전두엽과 변연계의 기능저하가 두드러진다. tDCS는 이같은 생리기전에 착안해 우울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좌측 배측전전두피질(dlPFC) 등의 부위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줘 뇌신경 활성상태를 조절해 뇌기능 향상을 돕는다. tDCS는 국내외 다수 연구를 통해 우울증상·불면증·주의력 등이 개선되는 효과와 안전성이 있다는 사실들이 입증되어 왔다. 환자에게 tDCS 자극을 제공할 때 적용되는 전류의 강도(1~2mA)가 뇌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역치값에 비해 현저히 낮아 안전하다. 최근에는 기



술 발전을 통해 환자 스스로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했다. 와이브레인이 주요 우울장애 치료용도로 개발한 전자약 '마인드스팀'이 대표적이다. 전기?초음파?자기 등의 자극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일컫는 전자약은 우울증 외에도 편두통·치매·파킨슨병·수면무호흡증·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 분야에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마인드스팀은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총 6곳의 대학병원에서 경증~중등증 우울증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재택 확증 임상을 실시해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6주 동안 매일 30분씩 마인드스팀을 적용한 환자의 우울증상 관해율은 62.8%로, 통상적인 항우울제를 뛰어넘는 효과를 보였다. 올 6월 22일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의 첫 적용 대상으로 선정되며 마침내 현장에서 쓰이게 된 것이다. 박진수 이지브레인광화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약물치료는 소량으로 시작해 증상과 부작용 등을 보며 서서히 증량한다. 이 과정에서 효과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부작용 등의 문제로 환자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기도 한다"며 "정신과 약물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들에게도 마인드스팀 같은 신경조절술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산부나 임신 준비 중으로 항우울제 복용이 어려운 여성은 물론 복용 중인 약물이 많은 노인이나 청소년 등 약물복용을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다.

마인드스팀 사용법은 간단하다. 의료진이 정량뇌파(qEEG) 등의 검사를 통해 tDCS 적합 여부와 뇌기능의 저하 부위 및 정도를 파악한 뒤 전류강도(mA)와 빈도 등을 결정해 회당 30분씩 전기자극 헤어밴드를 착용하면 된다. 의료진이 입력한 처방내역이 저장된 휴대용 모듈과 전기자극 헤어밴드를 이용해 환자 스스로 집에서도 치료할 수도 있다. 부작용, 통증 우려가 없다보니 환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실제 마인드스팀의 비급여 고시 이후 tDCS 치료에 관심이 높았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들의 도입 문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사전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내원하는 환자들도 있다"며 "약물 오남용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빠른 증상 개선이 가능해 기존 약물과 마인드스팀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일주일에 1회씩 총 10회 마인드스팀 시술을 받고, 반응에 따라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재료비를 제외한 1회 치료비용은 5~6만 원 대다. 아직 비급여 상태라 일부 환자는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김도훈 대한뇌자극학회장(한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유럽 등 해외에서 tDCS 치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으로 묶여있어 현장 활용에 제약이 따른다"며 "치료 효과가 입증된 신의료기술의 경우 규제를 완화하고 신속하게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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