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의 작가이자 ‘러브스토리의 대가’로 불리는 소설가 전경린의 다섯번째 소설집이다. 표제작 ‘굿바이 R’의 소설가 혜란은 더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자신이 쓴 소설 속 인물 R에 대한 꿈에 시달린다. 벗어나기 위해 한국을 떠나 도착한 발리에서 혜란은 아이를 잃은 뒤 전남편을 찾아 온 호연을 만난다. 혜란은 R이 호연을 포함해 그간 마주친 모든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치열했던 사랑이 저문 뒤의 풍경들이 소설집 전반을 관통한다. 이혼했거나 가족을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지만 그들은 마냥 두근거리고 설렐 수 만은 없는 각자의 사정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오랜 헌신과 갑작스러운 배반, 어린 시절의 학대와 뒤늦은 참회 사이에서 비로소 이해에 이르는 사람도 있다. 삶에 새겨진 깊은 권태와 회의에도 불구하고 새로 피어나는 관계도 있다.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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