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직함 없이 이름으로만 부르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통령실은 28일 북한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강인선 대변인을 통해 “김 위원장이 6·25전쟁 정전협정 연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에 대해 위협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전승절’ 69주년 기념 행사 연설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한국의 새 정부를 거칠게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 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지금 같은 작태를 이어간다면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 달 열릴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해서는 “저들이 실제로 제일 두려워하는 절대 병기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 국가를 상대로 군사적 행동을 운운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라며 “매우 위험한 자멸적인 행위”라고 지탄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선제타격론과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정책에 대해서도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난한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예상됐던 차원”이라며 “보통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두세 달 내에 북한의 공식 입장이 나오는데, 예상했던 대로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이 나왔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가장 고위급 인사인 김 위원장을 통해 대남 강경 입장이 나온 만큼 앞으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상,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의 이른바 ‘말폭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 교수는 “요즘 대남·대미 창구 역할을 하는 김 부부장을 통해 얘기가 또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해서는 다소 낮은 수위의 비난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과의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언한다”며 “미국이 우리 국가의 영상을 계속 훼손시키고 우리의 안전과 근본 이익을 계속해 엄중히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더 큰 불안과 위기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임박했지만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당장 오늘도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굳이 핵실험을 시사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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