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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美의 기후 정치, 도를 넘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재생에너지 전환 지원 내용 담은

바이든 정부 '더 나은 재건' 법안

맨친 상원의원·야당 몽니에 막혀

정치권, 기후변화 위기 직시해야





텍사스에는 종종 폭염이 찾아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댈러스의 기온이 지난 화요일 섭씨 42.8도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 주에도 세 자릿수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서늘하고 비가 잦은 영국도 런던의 기온이 18일 최고 38.8도까지 치솟았다.

지구온난화 위협에 더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아직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치인들 사이에 흔한 선택적 시각장애를 앓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위협이 가시화되기까지 최소한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위협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족집게 경고를 해온 전문가들의 우울한 전망이 또다시 적중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이런 판국에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가로막았다.

그가 대표하는 웨스트버지니아는 아직도 탄광업을 지역 경제의 주요 산업으로 꼽는다. 하지만 탄광업이 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의료 산업과 연방정부가 예산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사회복지 지원이 웨스트버지지아주 경제의 버팀목이다. 의회의 동료 의원들 가운데 에너지 업계로부터 가장 많은 정치 후원금을 받는 맨친은 가족 소유의 탄광 때문에 금전적 이해상충 문제에 노출된 상태다.

그의 어이없는 행동은 돈만큼이나 허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맨친은 자신의 돌출 행동으로 거의 매달 강력한 정치적 조명을 받고 있다. 개인의 비루함이 종종 거대한 사건이나 재앙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면 이는 역사에 무지한 탓이다.

그러나 당초 공화당이 똘똘 뭉쳐 지구온난화를 제한하는 정책에 반대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임박한 재앙의 증거가 커질수록 공화당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기후 정책의 정치경제학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유권자들은 장기적 재앙을 막는 데 필요한 소액의 단기 경비조차 받아들이기를 꺼린다. 믿기 어려울지 몰라도 그것이 고통스러운 진실이자 삶의 현실이다. 아무리 장광설을 늘어놓아도 설득은 불가능하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온실가스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기후 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기후 전문가들의 주장에 회의적이다. 탄소세 부과가 오염 문제에 대한 기본 해법임은 틀림없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한 가지 희소식은 눈부신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이 채찍보다 당근에 기반을 둔 대체 정치 전략의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바이든의 ‘더 나은 재건 계획’을 떠받치는 아이디어도 청정에너지 전환을 장려하기 위해 세금이 아닌 정부 보조금과 공공투자에 의존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인지 모른다. 물론 이런 전략은 탄소세에 중심을 둔 전략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겠지만 미국인들을 설득하기 쉽고, 선거구민에게 새로운 부담을 지우지 않은 채 근로자들과 계약 업체들에 구체적인 보상을 약속하는 정책이기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공화당과 맨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필자는 공화당이 바이든의 실패에 올인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청정에너지에 깊은 적대감을 가졌을 뿐이다.

그린에너지와 코로나19 정치학 사이에는 분명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은 팬데믹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에 불평을 터뜨렸다. 심지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마스크 착용에도 반발이 일었다. 그러나 백신은 미국인들이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윈윈 해법이었다.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상당수의 공화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발이 터져 나왔다. 백신 접종은 치열한 당파적 이슈가 됐고 아직도 그 상태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사망률에도 정치색이 끼여들었다. 백신이 널리 보급된 후 민주당 우세 지역인 블루스테이트에 비해 공화당 강세 지역인 레드스테이트에서 사망률이 훨씬 높게 나왔다.

미국의 양대 정당 가운데 한쪽은 공익에 봉사하는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듯 보인다. 백신 접종을 지지하는 과학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됐다는 사실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화당이 과학과 과학자들에게 적대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조그만 주 출신 상원의원의 개인적 일탈 행위보다 주요 공당의 이 같은 적대감이 지구가 불타는 와중에도 우리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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