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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줄이고 인건비 동결한다지만…구조조정·민영화는 쏙 빠졌다

[기재부 '공공기관 대수술' 가이드라인 확정]

기획·인사·홍보 등 지원인력 줄이고

해외지사 축소…조직 군살빼기 초점

경상비 하반기 10%·내년 3%↓목표

초과근무·연차 수당도 수술대 오를듯

업무공간 줄이고 호화청사는 매각

경영계선 "곁가지 혁신 그쳐" 지적

한 시민 단체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 사옥에 ‘한국투기주택공사’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어놓은 채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원 축소 및 유휴 자산 매각 등을 골자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기업 개혁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민영화나 인력 구조 조정 등은 이번에도 모조리 빠져 사실상 ‘반쪽’ 개혁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관리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2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혁신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350개 공공기관은 가이드라인에 부합한 기관별 혁신 계획을 마련해 8월 말까지 주무 부처 협의를 거쳐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은 문재인 정부 시절 비대하게 불어난 조직과 인력 및 예산을 감축하는 것이다. 2017년 33만 4000명이었던 공공기관 인력은 5년이 지난 올 5월 44만 9000명으로 11만 5000명이나 불어났고 전체 부채도 2016년 말 499조 4000억 원에서 지난해 583조 원으로 83조 원 넘게 증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새 정부는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공공 부문이 먼저 솔선수범하고 허리띠를 졸라 매고 뼈를 깎는 고강도 혁신에 나서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각종 사업비 등을 포함해 공공기관에 지출하는 비용이 연간 100조 원에 달해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제거하지 않으면 국가 재정 건전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재부의 기본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공공기관 조직 및 인력의 군살을 들어내는 방안이 추진된다. 내년도 공공기관의 정원은 원칙적으로 축소되고 ‘부행장’ ‘부문장’ ‘본부장’과 같은 고위 간부직 비율도 감축된다.

가령 정원 1000명 조직에서 현원이 900명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면 정원 규모를 900명으로 조정하는 식이다. 이밖에 기획·인사·홍보와 같은 지원 인력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해외 지사 및 지방 조직도 서비스 수요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축소해야 한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그동안 특별한 기능 없이 자리 나눠 먹기 식으로 운영됐던 공공기관 해외 지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만 인력 축소를 위한 인위적 구조 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현원 1000명인 조직에서 이번 조정을 통해 정원을 900명으로 줄이더라도 나머지 100명에 대해 당장 칼을 대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정원을 초과하는 현원은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를 활용해 일정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조직 효율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요구될 뿐더러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신규 채용 감소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방식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인건비는 사실상 동결된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공공기관의 올 하반기와 내년 경상 경비 예산을 각각 10%, 3% 이상 줄이기로 했는데 이 같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상 경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항목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게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임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초과근무 수당 및 연차 수당 등에 대해서도 대대적 칼질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비판을 받아왔던 호화 청사도 수술대에 오른다. 1인당 업무 면적이 56.53㎡ 이하로 축소되고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기관 청사 및 지사 중 자산 가치가 높은 곳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다만 지방에 이전한 공공기관 청사에 대해서는 매각 대신 유휴 공간을 지방 중소기업 등에 대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기관장들이 정부 차관급 기준 면적인 99㎡(약 30평) 이상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95개 정도로 파악됐다”며 “이 같은 공간 정비 계획에 대해서는 8월 말에 별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혁신 가이드라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낭비 요소를 제거한 것은 맞지만 공기업의 고질적인 방만 경영에는 사실상 손을 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혁신 방안조차도 강성 공공기관 노조가 지역 국회의원들을 앞세워 ‘버티기’에 들어가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벌써부터 제기된다.

국내 한 대기업의 임원은 “민간기업에서 영업이익이 매년 곤두박질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망가진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조정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며 “곁가지 자산 매각 정도로 기업 체질이 개선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기업을 경험해보지 못한 관료들의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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