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영국여왕은 식민지배자"…호주 원주민 출신 상원의원 선서 논란

의회 취임 선서 중 즉석에서 '식민지배자' 표현 넣어

리디아 소프 호주 상원의원. EPA연합뉴스




애버리지니(호주 원주민) 출신의 호주 상원의원이 의회 선서 과정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식민지배자”라고 불러 논란이 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녹색당 소속 리디아 소프 의원은 이날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진행했다.

소프 의원은 연단으로 나오면서 오른손 주먹을 들어 올리는 이른바 '블랙파워 경례' 자세를 취한 후 "나 리디아 소프는 '식민지배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진정한 충성을 다할 것을 엄숙히 진심으로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애초 소프 의원이 받은 선서문 카드에는 '식민지배자'라는 표현이 없었는데, 즉석에서 이 표현을 붙였다.

주위 의원들은 그의 돌발 행동을 그 자리에서 비난했고, 수 라인스 호주 상원 의장은 “선서 문구를 정확히 낭독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그는 “우리 중 누구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선서를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지만, 결국 '식민지배자' 표현을 뺀 뒤에야 선서를 마칠 수 있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소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권은 절대로 양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녹색당 대표인 애덤 밴트 하원의원도 주먹을 치켜든 소프 의원의 사진을 리트윗하며 “(그는) 항상 그랬고, 항상 그럴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보수당을 중심으로 그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유당 원내 상원 대표인 사이먼 버밍엄 의원은 “불필요하고 무례한 행동이었다”며 “우리는 변화를 주장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이를 추구하는 기관을 존중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어머니가 호주 원주민인 자신타 남피진파 프라이스 의원도 “그의 행동에는 분명 미숙함이 있었다”며 “선서를 하고 싶지 않으면 그 일도 맡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호주에서는 지난 5월 총선에서 진보당인 노동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애버리지니를 첫 번째 정착민으로 인정하고, 국가 체제도 입헌군주제가 아닌 공화정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호주 원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헌법기관을 세우겠다며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호주는 1999년에도 애버리지니를 인정하고 공화국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헌이 추진됐지만, 국민 선거에서 부결됐다.

호주는 헌법에서 영국 여왕을 국가 원수로 삼고 있어 새로 당선된 의원은 국회에서 여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선서를 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