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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헌트' 정우성 "이정재 캐스팅 3번 거절, 평가 더 날카로워질 것 같았죠"

정우성 /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삼고초려였다. 배우 이정재가 감독 데뷔작을 함께할 상대 배우로 정우성에게 손 내민 것이. ‘청담동 부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지만 그럴수록 정우성은 더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봤다. 먼저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해 본 입장으로, 23년 만에 한 스크린 안에서 재회하는 배우의 입장으로 고심했다. 모든 게 준비된 이정재를 보고서야 부딪쳐 보기로 결심했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던 흔적이 담긴 영화는 성공적이다.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는 1980년대 군부 정권이 배경으로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영화 ‘태양은 없다’(1999) 이후 처음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는 이정재, 정우성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연기가 포인트다. 개봉에 앞서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고,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매우 흡족해요. 시사회 이후 ‘영화 재밌게 봤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좋은 자극을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영화 이면의 작업에 치열하게 했던 게 잘 전달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우리만의 의미로 남아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기에 더 치열하려고 노력했었거든요.”

놀랍게도 정우성은 이정재의 캐스팅 제안을 세 번이나 거절했다. 1년에 한 번씩 거절한 셈이다. 처음에는 이정재가 ‘헌트’의 연출이 아닌 제작을 하려는 것을 보고 옆에서 동료로서 응원하고 조력하려고 했다. 이후 이정재가 시나리오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연출까지 맡게 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여기에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프로듀서 역할을 하는 것까지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출연 제안이 시작됐다.

“한 가지 도전도 버겁고 그것에 대한 평가나 시선도 날 설 텐데, 우리가 같이 출연하면서 감독도, 제작도 한다면 시선이 더 날카로워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바구니에 계란 두 개 놓고 깨지는 것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감독 도전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했죠. 그랬더니 ‘타당한 말이라고 다른 배우를 찾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캐스팅은 배우들의 스케줄 문제도 있고 사실상 쉽지 않으니까 저에게 다시 같이 하자고 이야기를 했죠. 그때쯤에는 ‘이 사람이 본인이 선택한 것에 회피하지 않고 그 무게를 고스란히 자기 것으로 만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계란이 깨지든지 말든지 도전해 봐야겠다고 결심이 서더라고요.”

영화 '헌트'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헌트’의 초기 시나리오는 박평호 원톱 체제의 ‘남산’이라는 제목이었다. 수정을 통해 박평호 김정도 투톱 체제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그 과정에서 이정재는 먼저 정우성에게 역할 선택권을 줬다.

“작품은 박평호의 시점이고, 박평호에 대한 이해에 대한 깊이는 (이정재) 감독님이 더 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김정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김정도나 박평호는 자기 주체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구성이거든요. 상대와 마주쳤을 때 존재감이 부각되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기운이 영화 전반적인 톤 앤 매너가 되기 때문에 제가 누구를 해도 크게 상관없었어요.”



군인 출신인 김정도는 강직하고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한 인물이다. 안기부 내에 잠입한 스파이를 추적해가면서 박평호와 신경전을 벌이고, 이유는 다르지만 목적이 같은 것을 알게 되며 위험한 공조 작전을 한다. 꼿꼿하게 돌진하던 김정도가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은 극의 밀도를 높인다.

“김정도는 군인이었고 군인의 본분이 무엇인지, 군권으로 시민에게 행해지는 폭력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억울함에 대한 공감, 그리고 그 무게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적의 적은 나의 친구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서 굉장히 큰 모험을 했죠. 자신의 신념을 방출하기 위한 도구로 박평호를 선택한 거예요. 마지막 선택지였던 거죠.”



정우성이 바라본 김정도는 본인이 갖고 있는 딜레마를 밖으로 들키지 않기 위해 외형적으로 빈틈이 없는 인물이어야 했다. 80년대 인물들의 사진을 참고하며 6대4 가르마에 한 가닥도 삐져나오지 않게 넘겨진 깔끔한 헤어스타일을 선택했다.

“김정도의 헤어스타일을 하려면 바버샵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곳에서 캐릭터가 몇 년도 사람이라는 설명을 하면서 헤어컷을 하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찾았어요. 마침 일본에 가서 사 온 제품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의 노부부가 만든 포마드(헤어스타일을 고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를 사용했어요. 50년 넘게 만든 옛 감성이 묻어있는 거예요. 요즘 헤어 제품과 다르죠.”

김정도와 박평호의 강렬한 액션신도 볼거리다. 총기 액션부터 맨몸 액션까지 공을 들였다. 정우성은 액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체력이) 지난해와 올해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 액션은 체력 소모가 크지 않은데 맨손 액션이 체력 소비가 크다”며 “그러니 둘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메이킹 있으면 노출 좀 됐으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반적으로 ‘도전’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작업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신체적인 것보다도 정서적인 어떤 무게를 짊어지고 작업을 끝까지 해야 했죠. 어떤 특정 한 신에 대한 체력 소모 보다는 전반적인 것이 힘들었어요. 무게를 절대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인터뷰②]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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