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내 증시에서는 원달러 환율 진정세 속 외인 수급이 개선되면서 코스피가 2500 목전까지 반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에도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상승)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권가는 환율이 하향안정세를 이어갈 경우 코스피가 2600선 탈환을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반도체·2차전지 등 1차 기술적 반등을 주도한 업종이 2차 반등이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직전 주인 7월 29일 종가 대비 39.30포인트(1.60%) 상승한 2490.8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반등을 이끈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1주간 코스피 시장에서 1조 4822억 원 규모를 사들였다. 한편 이 기간 개인은 3955억 원을, 기관은 1조 1091억 원을 팔았다. 외국인은 7월 이후 3조 8000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은 전주 대비 28.02포인트(3.49%) 오른 831.64에 장마감했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196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기관이 85억 원을 사들인 반면 개인은 1584억 원을 순매도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서서히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은 점이 외국인의 수급 개선을 이끌었다. 달러당 1300원을 상회하던 원달러 환율은 5일 기준 1298원 3전까지 낮아졌다. 수요 위축 우려에 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점도 환율 안정세에 기여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9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89.01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3월 초 수준이다.
증권가는 미국 7월 CPI 발표 등의 영향으로 주초반 국내 증시가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긴축 우려가 커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서 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7월 고용보고서를 통해 비농업 고용자 수가 시장 전망치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52만 8000개라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근로자 급여 상승률도 기존 예상치인 4.9%를 넘는 5.2%를 기록했다. 이에 경기 침체를 우려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크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달라졌다. 대표적인 후행지표인 고용지표를 근거로 연준이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빅스텝 이상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 watch)에 따르면 연준이 9월 75b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68.0%로 집계됐다. 0.5%포인트 인상(32.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에 7월 미국 CPI 수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시장은 7월 CPI가 8.7%를 기록하면서 전월(9.1%)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주 발표되는 CPI가 좀 더 비중있는 결정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7월 CPI가 시장 전망치대로 나온다면 물가 피크아웃 이후 통화정책 완화 및 경기둔화 우려 해소로 이어지는 선순환 형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코스피가 2차 반등 랠리를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둔화 우려가 제어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국면에서 상대적인 위험자산인 코스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근거다.
대신증권은 반도체·2차전지 등이 2차 반등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순환매를 보면 실적 대비 저평가 업종 중 1차 낙폭과대, 2차 실적호전주 순서로 코스피가 2500에 근접했다”며 “앞으로는 순환매 흐름이 좀 더 빨라질 수 있는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그동안 잠시 쉬었던 반도체·인터넷·2차전지 등 낙폭과대 업종이 코스파 2차 반등국면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이하에서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경우 외국인 수급 개선에 근거한 코스피 2600선 회복 시도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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