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지역에 물 폭탄이 떨어졌다. 서울과 수도권 전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됐고 호우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10일까지 집중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피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상청은 8일 오후 5시부터 서울과 경기도 시군 31곳에 호우특보를 발효했다. 오후 9시 기준 서울 서북·동남권과 경기 29개 시군에는 호우경보, 서울 서남·동북권과 경기 11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호우주의보는 3시간 동안의 강수량이 60㎜ 이상이거나 12시간 동안의 강수량이 110㎜ 이상으로 예상될 때 각각 발효된다.
이날 비는 수도권과 강원 북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오후 9시 기준 강수량은 광명시 241.5㎜, 부천시 224.5㎜, 가평군 조종면 193.5㎜, 서울 92.4㎜, 춘천 남이섬 143.0㎜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고립과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강남역 일대에서는 하수 역류 현상 때문에 도로와 차도가 모두 물에 잠겼고, 양재역 일대에서도 차량 바퀴가 일부 잠길 만큼 물이 차올랐다. 곳곳에서 지하철 운행도 중단됐다. 영등포역이 침수되면서 1호선 하행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경인선 오류동역도 침수돼 열차 운행이 지연됐고, 1호선 금천구청역도 신호 장애와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1호선 용산역에서는 인천행 열차를 타는 5번 승강장 쪽 에스컬레이터 천장에서 물이 새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하천 범람 피해도 우려된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오후 9시에 이날 내린 비로 대곡교 수위가 홍수주의보 기준 수위(수위표 기준 5.50m·해발 15.055m)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또 한국수자원공사는 ‘홍수 조절의 최후 보루’ 격인 소양강댐의 수문 개방도 검토하고 있다. 소양강 수문이 개방되면 2020년 8월 5일 이후 처음이다.
정체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며 이번 비는 적어도 1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10일까지 정체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면서 많은 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날씨의 변동성이 큰 만큼 그 이후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8~9일 강수량은 수도권, 강원 내륙, 강원 산지, 서해 5도 100~200㎜(많은 곳은 300㎜ 이상), 강원 동해안, 충청, 경북 북부, 울릉도, 독도 30~80㎜(강원 동해안과 충청 북부 많은 곳은 150㎜ 이상), 전북 북부 5~30㎜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는 장맛비와 유사하게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 형성되는 장마전선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비구름대가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좁은 형태를 띠며 구름대가 유입된 지역에 일반적인 장마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비가 내리며 더위가 한풀 꺾인 중부지방과는 달리 충청, 남부 지방, 제주 남부 지역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충청, 남부 지방, 제주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32~36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부 지역과는 달리 정체전선 남쪽으로는 굉장히 무겁고 습한 공기가 지배하고 있다”며 “정체전선을 기준으로 각 지역마다 전혀 다른 날씨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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