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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中 저가공습에 LCD '백기'…고부가 OLED 수성도 위태

[차이나 공습에 흔들리는 K미래산업]

<3> 패권 빼앗긴 K디스플레이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7년 만에 '왕좌' 내주고 2위로

中, LCD 부분은 이미 과반 점유

BOE 등은 OLED 설비투자 확대

韓과 격차 점차 좁혀 사정권 진입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연합뉴스




한때 세계 최선두에 올라 대한민국의 대표 먹거리 산업이었던 디스플레이 업종이 중국의 거센 저가 공세로 벼랑 끝에 몰렸다. LG디스플레이(034220)·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전통적인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사업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을 잇따라 포기한 데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도 중국에 맹추격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가 차원의 산업 로드맵 부재, 정부 지원 부족이 불러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디스플레이 산업이 완전히 몰락한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게 관련 기업들의 주장이다.



10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매출 기준 한국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3.2%를 기록해 2위로 주저앉았다.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최선두에 선 2004년 이후 17년 만에 왕좌를 내줬다. 1위 자리는 41.5%의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이 차지했다.

2016년 45.8%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수성하던 한국의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한 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에도 2020년보다 3.6%포인트나 점유율이 줄었다. 중국 경쟁사들의 잇단 진입으로 TV 패널 가격이 곤두박질친 효과다. 2016년 17.6%의 점유율로 한국, 대만에 이어 세계 3위에 머물렀던 중국은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에도 점유율을 4.8%포인트 늘리며 한국이 내준 점유율을 그대로 흡수했다.

중국이 특히 강세를 보이는 부문은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LCD 패널 분야다. 1995년 첫 생산을 시작해 2004년 세계 패권을 쥐었던 한국 LCD 산업은 2018년 결국 중국에 뒷덜미를 잡혔다. 중국은 3년 뒤인 지난해 LCD 시장 점유율을 50.9%까지 늘렸지만 한국은 14.4%로 물러섰다. 이제 LCD 업계에서 한국은 매출이 2위인 대만(31.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위가 됐다.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은 이달 32인치 HD 기준 LCD TV 패널 가격을 지난해 6월(88달러)보다 70% 가까이 폭락한 27달러로 전망했다. 2014년 1월 가격을 100으로 설정한 TV패널가격지수는 지난달 33.1까지 떨어졌다. DSCC는 “3분기에는 하락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4분기에는 ‘L자형’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년까지 패널 가격이 전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TV 패널 가격은 모든 인치대에서 하락 폭이 확대됐고 모니터와 노트북 패널 가격의 하락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업체들은 아예 관련 사업을 접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6월 이미 LCD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2012년 삼성전자(005930) LCD사업부에서 분사한 지 10년 만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CD 사업 철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은 내년까지 중단하고 중국 라인은 단계적으로 정보기술(IT)이나 상업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중국의 급부상과 경기 둔화 악재까지 겹치면서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 488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매출도 19.5%나 줄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0.22% 감소했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경영전략그룹장은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경쟁력 측면에서 열위인 LCD 사업은 향후 차별화도 어렵다고 판단해 내년 상반기까지 사업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그동안 미뤘던 LCD 사업 축소, OLED 전환 작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LG디스플레이 모델들이 차세대 TV 패널인 ‘OLED.E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OLED


더 큰 문제는 국내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겠다고 나선 OLED 쪽도 중국의 사정권에 들었다는 점이다.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해 어려움을 타개하겠다는 전략도 실상 녹록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옴디아에 따르면 한국의 OLED 시장 점유율은 2016년 98.1%에서 지난해 82.8%로 내려갔다. 그 사이 중국은 1.1%에서 16.6%까지 점유율을 확대했다. 앞으로도 디스플레이 업종 전반에 걸쳐 중국이 한국과의 격차를 벌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올 5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 디스플레이 학회 전시회 ‘SID 2022’는 중국의 굴기를 재확인한 장이었다는 후문이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인 97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는데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도 95인치 제품으로 맞불을 놓았다. 중국이 초대형 OLED 디스플레이를 공식 행사에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LCD보다 OLED의 추격 속도가 더 빠르고 위협적인 상황”이라며 “중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는 데 LCD는 10년 걸린 데 반해 OLED는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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