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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공매도가 없는 세상

증권부 김경미 차장


온라인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하나 아쉬운 것은 우리 사회의 진짜 여론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평범한 한 사람의 발언도 무한히 증폭될 수 있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소수라도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주장이 침묵하는 다수를 덮어버리는 경우가 상당하다. 또 온라인에서는 너무 많은 의견과 목소리가 범람하기에 온건한 제안보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더 주목받게 된다. 소수의 극단적인 사람들이 여론을 만들어가는 데 좋은 환경이 펼쳐진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론을 좇아 문제 해결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회를 흔드는 주장들이 진짜 여론인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 증시 하락은 공매도 탓이므로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개인투자자들의 바람을 대변하는가. 개인들은 정말 공매도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가.

한 사람의 개미로서 사람들이 공매도를 싫어하는 이유는 백분 이해한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한 경우 주식을 빌려서 판 후 더 싼 값에 주식을 사서 되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가 더 떨어지라고 부추기는 셈이니 아주 얄밉다. 또 개인적으로는 공매도가 주가와 인과·상관관계가 희박하다는 금융 당국의 주장에도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저 먼 나라 나비의 날갯짓 하나로 요동칠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라는데 공매도가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니.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물론 금융 당국의 설명은 공매도의 영향이 아예 없다는 게 아니라 주가의 방향까지 좌우할 정도로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정도로 해석하는 게 옳다. 즉 ‘오를 주식은 공매도를 해도 오른다’는 건데, 공매도에 ‘적당히 하락할 주식을 폭락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불만에도 공매도 금지가 개인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정답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다. 기관·외국인만큼의 자본력이 없는 개인들에게는 공매도가 없는 세상이 더욱 위험할 수 있어서다. 일례로 우리는 공매도가 없어 잔뜩 거품이 낀 시장 하나를 잘 알고 있는데 바로 서울의 부동산 시장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이 시장에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믿는 매수자만 대거 존재했기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심지어 집을 팔 이유가 있는 사람들조차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으니 일단 기다리자며 매물을 묶었고, 주택 보유자들은 하루에 1억 원씩도 호가를 올려댔다. 만약 부동산 시장에 공매도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가격에는 곧장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을까.

공매도가 금지돼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이 망가진 사례는 또 있다. 최근 우리 증시에는 ‘무상증자 호재’로 6~7일 연속 상한가를 치고 있는 코스닥 기업들이 자주 발견되는데 대다수가 코스닥150에 포함되지 않는 공매도 제한 종목이라는 점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이유 없이 치솟았던 주가는 여느 때처럼 결국 다시 급락해 제자리를 찾지만 공매도라는 견제가 없었던 탓인지 거품이 훨씬 커졌다. 그리고 거품이 터지며 손실을 본 것은 기관도 외국인도 아닌 개인이었다.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우리 증시가 평범한 개인들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나눌 수 있는 건전한 시장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해법이 공매도 금지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하다. 한국 증시에 대한 다양한 불만이 공매도 금지라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구호에 묻혀버린 것은 아닌지, 그래서 정부와 개인이 서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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