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대못으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직전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로 사업 추진이 막혔던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등 노후 단지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공급 대책에는 구체적인 규제 완화 범위나 시기 등 시장이 기대했던 내용은 빠져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의 일환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정상화에 착수한다. 우선 민간 정비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개선해 사업 주체인 조합원들의 부담금을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3000만 원인 부담금 면제 기준을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도 확대한다. 또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낮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공공임대주택과 역세권첫집 등 공공분양주택을 기부채납한 사업장에 대해서도 배려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9월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재건축 부담금 감면은 법 개정 사항인 만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 초과 이익은 당연히 환수해야 하지만 정비사업 추진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며 “부담금을 어떻게 조정하겠다고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혼란을 줄 수 있어 9월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대폭 완화한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의 비중을 50%에서 30~40%로 낮추고 주거 환경, 설비 노후도 배점을 상향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 환경 비중은 15%에서 30%로,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는 25%에서 30%로 조정하는 방안을 약속한 바 있다.
2차 정밀안전진단인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는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재건축)을 받은 노후 단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추가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 절차에서 재건축 사업이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구로구 ‘동부그린’, 은평구 ‘불광미성’, 양천구 ‘목동9·11단지',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적정성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에만 해당 절차를 시행해 재건축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으면 지자체 판단에 따라 적정성 검토 없이 재건축으로 직행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또 정비구역 지정권자(특별·광역시장 등)에게 국토부 협의를 거쳐 항목별 배점에 대해 5~10%포인트 범위에서 상향 또는 하향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에 재건축 초기 단지를 중심으로 사업 추진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단지들은 새 기준에 따라 안전진단 최종 통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구조 안전성 비중이 현재 50%에서 30%로 조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목동9·11단지와 노원구 태릉우성아파트는 앞서 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으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던 것과 달리 D등급으로 조정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만으로는 정비사업 활성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국토부가 연내 안전진단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적용 범위나 시행 시기 등은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진단 항목별 배점도 과거 안전진단 사례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당장 안전진단을 추진하기보다는 사업 일정을 미루며 정부의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기다리는 노후 단지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규제 개선을 통한 공급 확대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당장 실행 가능한 방안은 나오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며 “현재 사업 초기 단지들은 앞으로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일정을 진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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