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정치철학자 알렉산드로 두긴(60)의 딸 다리아 두기나나 의문의 차량 폭발 사고로 숨졌다. 폭발한 차량은 두긴 소유로 이번 폭발이 애초 두기나가 아닌 두긴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두긴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도록 부추긴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두기나가 몰던 도요타 랜드크루저가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강력한 폭발에 휩싸였다. 목격자에 따르면 차량은 화염에 휩싸인 후 고속도로 펜스를 들이받았으며, 이후 도로 곳곳에 파편이 흩어졌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차 안에 한 명이 있었으며,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두긴 일가와 가까운 러시아 사회운동가 안드레이 크라스노프는 타스 통신에 이번 차량 폭발의 대상은 두기나가 아닌 두긴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라스노프는 "두기나는 오늘 아버지 차를 운전했지만, 평소엔 다른 차를 탔다"며 "애초 알렉산드르 두긴을 겨냥했거나 부녀를 함께 목표로 삼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긴과 두기나는 이날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으며, 마지막 순간에 다른 차로 각각 돌아가기로 결정할 때까지 여정을 함께 할 예정이었다.
친러시아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의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은 이번 폭발이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는 사고 후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 테러리스트가 두긴을 제거하려다 그의 딸이 탄 차량을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BBC는 이 사고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다리아 두기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인물이다. 이로 인해 그는 미국와 영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문명의 충돌"로 묘사했으며, 그의 아버지와 함께 서방의 제재 목록에 오른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알렉산드르 두긴은 푸틴 대통령의 정신세계에 밀접한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으며, '푸틴을 알려면 두긴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1997년 출간한 『지정학의 기초: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라는 저서에서 러시아가 대서양주의를 밀어내고 패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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