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심 수출 상품인 메모리반도체가 내년 성장률 ‘0%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성장률 전망도 두 달 사이에 반 토막 나면서 반도체 시장의 겨울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와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수정·발표했다. 올 6월 발표한 반도체 시장 수정 전망치를 다시 한 번 계산해 발표한 것으로, 올해 반도체 전체 시장 성장률(전년 대비)을 16.3%에서 13.9%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 역시 5.1%에서 4.6%로 수정했다.
반도체 분야별로 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낙폭이 가장 컸다. 6월 전망에서 18.7% 성장을 예상했던 WSTS는 두 달 만에 8.2%로 전망치를 대폭 내렸다. 내년은 더욱 심각하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성장률 전망치는 0.6%까지 낮아지면서 모든 지역·분야별 전망 중 유일하게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도 급락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의 예측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최대 18%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이 주춤하면서 국내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 하락한 62억 7100만 달러다.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9%에서 18.7%로 2.2%포인트 낮아졌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천연가스 등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우리나라는 올해 무역 부문에서 ‘역대 최악’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심화,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기 이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메모리 수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등 기존 정보기술(IT) 분야의 메모리 수요가 정체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타개할 새로운 메모리 시장이 창출될 때까지는 당분간 불황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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