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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미술품, 가치가 가격에 비례할까

정준모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센터 대표





미술품 가격을 말할 때면 대부분 깜짝 놀라기 일쑤다. 미술품은 ‘사용가치’에 비해 ‘교환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유를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비싼 그림은 좋은 그림”이라 믿기 때문이다. 좋은 그림이 비싸고, 비싼 그림이 좋은 것은 사실이나 일반화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 미술품 가격에 대한 오해나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치로 결정되는 상품가는 ‘정량적’이나 미술품은 ‘정성적’이다. 미술품의 가치는 이성적 영역과 함께 마음·감정의 영역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철학적·미학적 판단이 중요하다. 따라서 ‘마음’이라는 불가해한 상수가 각기 달리 작용한다. 이때 결정된 심리적 가치는 감성적 수요로 이어지며 가격을 올린다. 이때 같거나 비슷한 심리적 가치를 느끼는 이가 많아지면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된다.



미술품은 예술적·심미적 평가뿐 아니라 기호적 관점도 중요하다. 상품의 브랜드와 미술품은 수요자와 의사소통하면서 이미지화되고 구조적으로 신뢰에 바탕을 둔 심미적 소유욕이나 기능적 필요에 따라 구매가 이뤄지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 미술품은 상품과 달라 예술가의 주관적 가치가 객관적 가치로 전이되는 추상화 과정을 통해 미적 가치로 승인되며, 한 작가의 심상과 내적 충동에 따라 도출되는 개별성이 매우 강한 이미지를 지닌다. 상품 이미지는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형성되지만 미술품은 작가의 창작력, 개인적 정서와 심상 표현으로 창출돼 수요자의 필요에 따라 쓰인 기술력과 기업 이미지로 형성된 상품의 이미지와는 크게 다르다. 이렇듯 미술품의 가치는 추상적이나 현실에서는 가치와 가격이 혼합돼 시가를 결정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드라마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때 생기는 혼란처럼 미술품 가격은 가치에 비례한다고 믿는다. 게다가 최근 미술 시장이 투자라는 이름의 투기성 짙은 시장으로 변하면서 원칙보다 ‘설’이, ‘눈’보다는 ‘귀’에 의존하는 구매 수요가 늘어나자 가치와 가격의 비대칭 현상이 늘었다. 특히 자기 판단보다 남의 결정에 의지하는, 작품의 가치에 결정 장애를 지닌 이들이 부화뇌동하면서 시장의 흐름에 휩쓸려 가격을 올려놓기도 한다.

경력도 작품성도 일천한 작품이 뜬금없이 어떤 배우나 가수의 집에 걸렸다는 이유로 작품성과 상관없이 가격이 오른다. 하지만 작품성이 담보되지 않은 작품가는 순간에 사라지는 거품과 같다. 아쉽지만 반대로 우리 근대기 문화적 자주권이 표출된 가치 높은 근대 작품이나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도 시대나 사회의 외면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계몽주의 시대의 창조적 천재에 대한 외경심, 미술품은 모두 가치 있는 것이라는 믿음과 절대 진리라는 태도를 신뢰하는 이중성 때문에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분명한 것은 같은 미술품이라도 그 가치는 보는 이의 마음과 시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미술품의 가치와 가격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고로 미술품 가격에 대한 감정가의 가장 보편적인 평가 기준은 ‘지금, 여기’에 근거한 공정 시장가격(Fair Market Value·FMV)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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