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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직전' 원전업계에 단비…기자재·시공 100여개 업체 숨통

■ 한수원 이집트서 3조 잭팟

신한울 3·4호기 등 건설 앞두고

엘다바 수주로 원전생태계 복원

내년 8월 첫삽…9월 사업 설명회

尹정부 '원전 세일즈' 드라이브

체코·폴란드 수출도 훈풍 불듯

제재 등 '러 리스크'는 주의해야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일감 절벽’에 몰렸던 국내 원전 업계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5년간 일감이 끊기면서 국내 원전 업계는 사실상 고사 상태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탈원전 5년이 남긴 후유증은 심각하다. 우선 원전 업계의 90%를 차지하는 원전 중소기업의 매출과 인력은 반 토막이 났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환경영향평가 등 넘어야 할 문턱이 많아 준공 시기를 장담하기 힘들다. 이번 수주가 원전 업계에 ‘가뭄 속 단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와 이에 반발하는 러시아의 보복 등 ‘러시아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 수주의 가장 큰 의의로 ‘원전 생태계 복원’을 꼽았다. 실제 이번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는 신한울 3·4호기 등 국내 원전 건설 착수 및 발주가 본격화되기 전 일감 창출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의 지속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업계는 초토화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원자력 공급 산업체의 매출은 2016년 5조 5034억 원에서 2020년 4조 573억 원으로 4년 새 1조 원 넘게 줄었다. 수출 계약 금액은 같은 기간 1억 2641만 달러에서 3372만 달러로, 원자력 공급 산업체의 인력 역시 2만 2355명에서 1만 9019명으로 줄었다.

원전 경쟁력은 뒷걸음질을 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원자력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탈원전 이전 대비 원전 경쟁력이 65%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조사에 응한 31개사 중 51.6%는 탈원전 이전보다 원전 산업 경쟁력이 30~40% 하락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로 원전 기자재 및 시공 업체들은 긴급 수혈을 받게 됐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정부에서도 예비품 등을 조기 발주하며 일감 공급에 노력하고 있었지만 이번 수주는 무너진 원전 생태계 복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자재·배관·전기계측 분야의 국내 100개 업체가 수혜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인 정동욱 중앙대 교수 역시 “지금 창원의 원전 관련 중소기업은 고사 일보 직전”이라며 “이들 기업의 회생에 엘다바 프로젝트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8월 엘다바 원전 사업이 첫 삽을 뜰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엘다바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올해 9월 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기자재 조달을 위한 계약도 조만간 추진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체코·폴란드 원전 수출에도 순풍이 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이후 13년 만에 성사된 원전 수출이다. 엘다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민관이 협업해 원전 수출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원전 세일즈’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집트에서의 건설 경험은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UAE에서 증명된 우리 원전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 향후 추가 원전 수출 가능성을 높여주는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원전은 계획된 공기와 예산 준수로 세계적으로 신뢰성이 높다. 특히 탄탄한 공급망과 기술력 덕분에 원전 수출 관련 주요 5개국 중 가장 낮은 건설 단가를 자랑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 비용은 1㎾당 2410달러인 반면 중국은 3222달러, 프랑스와 미국은 8600달러에 달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엘다바 원전 수주는 UAE 바라카 원전에서 보여준 한국의 우수한 건설 역량과 사업 관리 능력을 입증받은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러시아 리스크는 불안 요소다. 엘다바 원전 주 사업자는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의 자회사인 ASE다. 이번 수주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됐던 부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다. 원전 사업에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미국 등 주요국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금융 제재를 강화했다는 점도 걸림돌로 평가받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한국과 러시아는 원전 건설 관련 협력이 거의 없었다”며 “원자로 대신 터빈 건물만 시공한다지만 국제사회의 눈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원전 건설 사업은 10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 사이 국제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러시아가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엘다바 건설 프로젝트의 건설 비용은 러시아가 85%, 이집트가 15%를 담당한다. 박 차관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와 원만히 협의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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