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는 이승우(24·수원FC)의 존재로 뜨겁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 출신으로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기에 모든 축구 팬들의 이목이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쏠리고 있다.
사실 그의 K리그행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엘라스 베로나(이탈리아), 신트트라위던(벨기에), 포르티모넨스(포르투갈) 등 팀에서 보여준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 수원FC행이 결정됐을 때도 경기력·실전 감각·체력 등 다양한 이유로 그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24일 수원FC의 홈경기장인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이승우는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부담도 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훈련을 더 하고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게 도움이 됐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신의 말처럼 이승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자신의 축구에만 집중하며 몸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올 시즌 25경기 출전해 10골 3도움의 활약으로 K리그 무대를 휩쓰는 중이다. 오롯이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한 그는 이제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을 꿈꾸고 있다. 개막을 10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월드컵에 대한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가고 싶다”고 답했다.
이승우는 4년 전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깜짝 발탁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은 A매치 경험이 없는 그를 호명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승우도 “월드컵 직전에 가진 온두라스와 평가전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고 돌아보면서 “이후 2~3경기만 뛰고 본선에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 재밌었고 설렜다”고 했다. 이승우는 자신의 첫 월드컵에서 2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모두 후반 교체 투입이었기에 출전 시간을 짧았지만 스무 살이었던 그에게는 크나큰 경험이었다. 이승우는 “첫 번째 월드컵이라 떨리고 긴장됐다”며 “늘 꿈꿨던 무대였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 기뻤다”고 말했다.
이승우의 러시아월드컵 출전 가능성은 미지수다. 2019년 6월 이란과의 평가전을 끝으로 3년 넘게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이승우는 “저는 아직 보완해야 할 게 많은 선수”라며 “감독님의 생각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유럽에 있는 동안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이어 “첫 번째 월드컵에서는 긴장을 많이 했다. 두 번째로 가면 경기나 대회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인 만큼 한국 축구와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올여름 전북에서 수원FC로 옮겨 이승우의 동료가 된 이용(36)도 월드컵 출전이 간절했다. 그는 “가든 못 가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경기에 뛰지 못해서 폼이 떨어지는 게 아쉬웠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 수원FC에 왔다”고 주장했다. 이용은 전북에서 출전 기회가 줄어들자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수원FC로 둥지를 옮겼다.
이용은 2014년과 2018년 2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했다. 그는 “브라질 때는 제가 뛰었는지도 잘 아시는 분들이 없다. 제 플레이 자체가 튀지 않아서 눈에 확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러시아 때는 워낙 강렬한 장면이 나와서 기억하신다”고 말했다. 이용은 독일과 3차전에서 토니 크로스가 찬 공이 급소에 맞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장면으로 인해 ‘용 언니’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용은 두 번의 월드컵 모두가 아쉬웠다. 한국은 지난 두 번의 월드컵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용은 “러시아월드컵에서는 브라질에서의 안 좋은 결과와 상황들을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선수들 모두가 브라질 때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독일전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결과적으로는 16강에 진출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4년 전을 돌아봤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부터 꾸준하게 대표팀에 발탁됐던 이용은 벤투호의 주전 풀백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난 6월 브라질·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뒤 지난달 동아시안컵 명단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용은 “시즌 초반에 부상 때문에 경기를 못 뛰다가 폼이 올라와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복귀를 했는데도 사이드 백이 아닌 스리백의 오른쪽으로 뛰면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력이 안 좋았던 것 같다”고 부진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용은 “은퇴할 때까지 경기를 꾸준히 뛰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월드컵이라는 목표도 있고 우선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곳으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단지 나이 때문에 밀려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 부활을 다짐했다.
반면 친구인 박주호(35)는 “카타르월드컵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은 지 오래”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김)진수나 (홍)철이 같이 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들이 월드컵에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 (박)민규도 최근에 뽑히고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오히려 “(이)승우는 다음 월드컵도 뛸 수 있으니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만간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용이는 간절하다. 계속 발탁됐던 선수이기 때문에 월드컵에 꼭 갔으면 한다”고 두 선수를 응원했다.
박주호는 스웨덴과 러시아월드컵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전반 26분 만에 부상을 당해 쓰러졌다. 스웨덴전이 그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가 될 확률이 높다. 박주호는 “당연히 아쉬웠다. 다 쏟아내지 못해서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며 “그날은 정말 슬펐다. 부상을 당해 경기를 못 보고 들어가 있는데 눈물이 많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박주호는 오는 11월 팬의 입장에서 월드컵을 즐길 계획이다.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거나 방송 촬영을 할 것 같다”고 말한 박주호는 축구 팬들과 미디어에 한 가지 당부도 전했다. 그는 “팬분들이나 미디어도 월드컵을 즐겼으면 좋겠다. ‘예선 탈락하면 어때 최선을 다하면 되지’라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며 “선수들도 진지하게 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부담감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제가 부상을 당한 것도 과한 욕심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어 “축구 선배로서 응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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