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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주장 대부분 기각…외환銀 매각지연은 양측 모두 책임

['론스타 10년 분쟁' 일단락]

◆ICSID "한국 정부 2800억 지급하라" 판정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판결이 배상금 확 줄여

관할·조세 쟁점 등엔 한국 정부 주장 대부분 받아들여져

판정부 3명중 1명 "韓 책임, 전혀 인정 안돼" 소수의견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사건이 10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한국 정부는 전부 승소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배상금·지연이자 등 3000억 원가량을 론스타 측에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져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배상 책임이 전혀 없다’는 소수 의견이 있는 만큼 판정 취소 신청 등에 쉴 틈 없이 나서며 ‘제2라운드’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중재판정부는 2 대 1의 다수 의견으로 금융 제재에 대한 론스타 측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였다. 그중 1명은 “금융 당국의 승인 심사는 정당했다”는 취지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소수 의견을 내놓았다.

중재 판정의 최대 쟁점은 한국 금융 당국이 론스타가 각각 홍콩상하이은행(HSBC) 및 하나금융과 진행한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켜 손해를 발생시켰는지 여부다. 중재판정부는 우선 인수 승인 지연으로 HSBC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이 결렬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애초에 사건이 성립될 수 없다고 봤다. HSBC와의 매매계약이 파기된 것은 2008년 9월인데 이번 중재를 신청한 론스타 측의 주소지인 벨기에·룩셈부르크와 한국 간 투자보장협정이 발효된 시기는 그 이후인 2011년 3월이기 때문이다. 중재판정부는 협정이 발효되기 전 정부 조치·행위에 대해서는 관할이 없다고 보고 본안에서 판단하지 않았다.

문제는 협정 발효 이후인 2011~2012년 하나금융과의 협상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론스타 측은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하고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국내법에 규정된 매각 승인 심사 기간은 권고 사항일 뿐이며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심사 연기가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 의혹’과 같은 형사 사건에서 론스타가 유죄판결을 받은 후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하자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매각 가격 재협상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재판정부는 금융위가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시킨 것과 관련해 “금융 당국의 권한 내 행위가 아니므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론스타의 형사 유죄판결이 나오는 등 귀책이 있다고 판단해 인하된 매각 가격의 절반인 2억 1650만 달러만 우리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조세 청구에 대해서도 투자보장협정 이전에 일어난 행위라는 점을 들어 관할이 없다고 봤다. 나머지 관할권이 인정되는 조세 청구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의 과세 처분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므로 투자보장협정상 의무 위반이 없다”고 론스타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외에 론스타가 청구한 향후 중재 판정에 따른 손해배상액에 부과될 수 있는 한국 및 벨기에의 세금 약 21억 8850만 달러에 대해서도 “미래에 부과될 세금까지 감안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정부의 책임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는 소수 의견이 나온 점이다. 전체 분량 400쪽가량인 판정문에서 해당 의견이 차지하는 분량만 약 40쪽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판정 취소를 적극 검토하는 이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비록 론스타 청구액보다 감액됐으나 수용하기 어렵다”며 "중재판정부의 소수 의견이 정부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만 봐도 이번 판정은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이날 오후 열렸다. 정부는 취소 신청을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론스타는 2003년 1조 3834억 원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했다. 4년 뒤인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 지분을 5조 9376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으나 정부는 외환은행 관련 주가 조작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이유로 승인 결정을 미뤘다. 2008년 9월 HSBC가 인수를 포기했고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3조 9157억 원에 하나금융지주로 넘겼다. 이에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정부와 론스타 양측은 2013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증거 자료 1546건, 증인·전문가 진술서 95건 등을 제출하며 서면 공방을 벌였고 이후 총 네 차례 심리가 진행됐다. 2020년 11월에는 론스타 측 고문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약 8억 7000만 달러의 협상안을 정부에 제시한 적이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간 정부가 쓴 중재 비용은 변호사 보수 등을 포함해 약 478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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